티스토리 툴바


평화한국이란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단체에서 주관한 동북아평화발걸음에 함께 다녀왔다.
이번에 우리가 가는 곳은 발해지역!
그래서 5박 6일의 짧은 여정이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빡시고 알찬 여행을 했다.



먼저, 심양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간 곳은 동관교회와 서관교회.
최초로 한글 성경을 번역한 곳이었다.


 

중국의 아이들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구성, 스타킹 출연을 목표로 열심히 연습중인 장로님과 아이들


 

성경을 나눠주시며 선교사역을 하시는 분이 경영하시는 음식점에서 식사와 함께 축복송도 받았다^^



 

우리가 탄 노란 버스와, 중국의 하늘


저녁식사, 돌아가는 중국식 식탁 그러나 메뉴는 한식ㅋ

통화에서 야간침대열차를 타고 이도백하로~!
처음 타본 침대열차는 걱정했던 것보다
시트도 깨끗하고 쾌적해서 잠을 푹 잘잤다:)


natura classica
vista agfa 100
photo by jeeraenge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현장비평가가뽑은올해의좋은시2002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시 > 한국시
지은이 강신애 외 (현대문학, 2002년)
상세보기


시는, 우리가 잊고 살기 쉽지만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을 노래한다.
시를 읽는 순간은 인생의 쉼표를 찍는 순간과 같다.
내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가치에 대해, 의미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를 읽는 마음은 겸허해 지나 보다.









함정 속의 함정

                                                      김상미

갑자기 유년의 뜨락이 그리워져 앨범을 뒤지는 건 함정입니다.
지나간 시간에 새 옷을 입혀 함께 외출하는 것도 함정입니다.
책꽂이에 꽂힌 당신의 시집을 빼내 읽지도 않고 다시 꽂는 것도 함정입니다.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에 마음이 울컥해져 창문을 활짝 여는 것도 함정입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실망했다고 말할 때마다 먹은 나이를 게워내는 것도 함정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읽으면서도 모르는 척 침묵하는 것도 함정입니다.
들어줄 귀가 없고, 보아줄 눈이 없고, 품어줄 가슴이 없다면 아무도 사귀지 마십시오. 외로움 때문에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함정입니다.
아무리 친한 사람도 당신의 정신적 고통은 결코 함께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슬픔만을 조금 나눠 가질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보다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건 함정입니다.
당신의 마음에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도 함정입니다.
함정인 줄 알면서 그곳에 아낌없이 뇌를 빠뜨리는 것도 함정입니다.
함정들로 가득 찬 당신 머리 속 서재에 앉아 좌절한 펜으로 쓰는 사랑과 미움, 파멸의 서(書) 또한 함정입니다.

그렇게 당신과 나, 우리 모두는 그 꽃잎 위에 앉아 있습니다. 함정 속의 함정! 그 외 달리 무엇을 꽃다운 인생이라 부르겠습니까? 천변지이(天變地異)가 모두 그 꽃잎 하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을!



얼음계곡

                                          박형준

내 생이 저렇게 일시에 얼어붙을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무늬를 내부에 간직할 수 있을까
사춘기 시절 숲으로 들어가는 길은 두 갈래로 나눠졌다
한 길은 오솔길로 통하고
한 길은 가파른 얼음계곡으로 이어져 있었다

오솔길엔 나뭇잎이 가득했다
눈 더미 아래 하얀 알들을 감추고 실뿌리들이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늘 진 오솔길로 접어들면
나는 정박(碇泊)의 거대한 나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뿌리의 힘이 유혹하며 대지에 붙박으려 하였다
나는 오솔길과 얼음계곡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발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엔 이미 신기루가 피어올랐다
얼음 속에 결빙된 무늬들이 햇빛에 날개처럼 부서졌다
나는 얼음계곡을 올라가며 정을 박고 싶었다
날개들을 캐내고 싶었다
산정(山頂)의 얼음묘지에 이르러
나는 얼음 속에 내 삶을 결박하려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오솔길과 얼음계곡 어디로도 가지 못했다

내게는 뺨을 발그랗게 간지르는 미풍과 햇빛에 반사되는 창백한 결빙이 번갈아 나타났다
어느 길도 선택하지 못했기에
내게서는 나뭇잎도 피어오르지 않았고
강파른 산정을 재겨 딛고서,
얼음 속 날개 한벌 꺼내지 못했다
백색의 신기루만 부서지고 있었다

다만 나는 한때 인생의 두 갈래 길에 서 있은 적이 있었다고
그때 이미 내 가슴은 부패하고 있었고,
갈림길의 응달에 녹아가는 눈더미 속에서
구더기때가 전신에 알을 낳고 있었다고,
이른 봄의 나비떼가 얼어죽은 지
꽤 오래된 노인의 가슴에서 날아올랐다고
무심코 그 길을 지나가던 등산객의 방관을 조바심치며 기다리는,
중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빗소리 듣는 동안

                                                      안도현

1970년대 편물점 단칸방에 누나들이 무릎 맞대고 밤새 가랑가랑 연애 얘기하는 것처럼
비가 오시네

나 혼자 잠든 척하면서 그 누나들의
치맛자락이 방바닥을 쓰는 소리까지 다 듣던 귀로, 나는 빗소리를 듣네

빗소리는
마당이 빗방울을 깨물어 먹는
소리

맛있게, 맛있게 양푼 밥을 누나들은 같이 비볐네
그때 분주히 숟가락이 그릇을 긁던 소리
빗소리

삶은 때로 머리채를 휘어 잡히기도 하였으나
술상 두드리며 노래 부르는 시간보다
목 빼고 빗줄기처럼 우는 날이 많았으나

빗소리 듣는 동안......

연못물은 젖이 불어
이 세상 들녘을 다 먹이고도 남았다네
미루나무 같은 내 장딴지에도 그냥, 살이 올랐다네


추운 것들과 함께

                                                이기철

지고 가기엔 벅찬 것이 삶일지라도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삶이다
천인절벽 끝에서 문득 뒤돌아보는 망아지처럼
건너온 세월, 그 물살들 헤어본다 한들
누가 제 버린 발자국, 쓰린 수저의 날들을
다 기억할 수 있는가
독충이 빨아먹어도 아직 수액은 남아 나무는 푸르다
누구의 생이든 생은 그런 것이다
세월이 할 수 있는 일은
노오란 새의 부리를 검게 만드는 일뿐
상처가 없으면 언제 삶이 화끈거리리
지나와 보면 우리가 그토록 힐난하던 시대도
수레바퀴 같은 사회도 마침내 사랑하게 된다
계절을 이긴 나무들에게
너도 아프냐고 물으면
지는 잎이 파문으로 대답한다
너무 오래 내려다보아 등이 굽은 저녁이
지붕 위에 내려와 있다
여기저기 켜지는 불빛
세상의 온돌들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언젠가는 그 안에서 생을 마감할 사람들도
오늘 늦가을 지붕을 인다



눈길 간다

                                              이사라

여기 누워 있는 이 무늬 참 좋죠?
파도의 마지막 자락과 모래사장이 만나서 만든 상형문자
참 좋죠?
하늘과 땅 사이 그 절벽에 새겨진 마애삼존불의 미소
모든 끝물
참 달죠?
모든 문지방
인간
참 끌리죠?
대웅전과 명부전 사잇길
참 으스스 솜털 돋죠?
누옥(陋屋)과 기념관 사이의 시간
참 살 만하죠?
우물과 호주머니, 갯벌, 톨게이트, 결로(結露)현상, 유리창
이 모든, 사이의 것들
부드러운 경계들
이름이 없어지지 않고 이름이 더 두드러지고야 마는 것들
참 좋죠?
나는 당신과 인연으로
참,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이 좋네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 tag 

소라닌
카테고리 만화 > 드라마
지은이 ASANO INIO (북박스, 2006년)
상세보기


왕자네 집에서 본 뒤로 한 눈에 반해버렸던 만화책.
그래서 나도 소장중인 완소 만화책.

<이 한없이 불투명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청춘광상곡>

20대 중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책.
그 위로는, 만화적인 해피엔딩으로 인한 게 아니라
내 삶을 정확하게 묘사함으로써 주어지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 다른 상황, 다른 문화를 가진 일본의 20대도
나와 같은 처지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그 놀라운 동질감 속에서 나는 위로받았던 거다.
인물들의 현실인식과 독백들이 어쩜 그리 내 마음을 쏙 빼닮았는지, 얼마나 통쾌했는지 모른다.

나는 도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OL로
하지만 아직은 젊기에 사회나 어른들에 대한 이런저런 불평불만이 가득하고
이 현실을 어찌 타파해야할지 몰라 몸에는 점점 독만 쌓여간다.

난, 사회생활과는 맞지 않는 인간이야, 분명.

그러고 보니 나와 다네다가 사귀기 시작할 무렵엔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어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제각각 아득히 먼 북쪽과 남쪽에서 상경한 나와 다네다는
도쿄의 압도적인 밀도와 복잡함에 머리가 어리둥절하고
어딘지 모르는 혹성에 단둘이 찾아온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허전하고 불안했지만, 한편으론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에-
-그 무렵의 하늘은 한없이 드넓었다.
지금 내 위로 펼쳐진 하늘은
낮고 좁고 그리고 무겁다.
도쿄에는 마물이 숨어있다.
나한테 좀더 다른 길이 있진 않을까?
좀더 다양한 기회가 이 거리 어딘가에 잠들어 있진 않을까?
인생의 레일 따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면 되잖아? 하는 검은 속삭임이 어디선가 들려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겐 그런 용기도 특별한 재능도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나이인지라.

그만둬. 정말 네가 그만두고 싶다면.
어떻게든 될 거야.
설령 사람들이 바보 취급하거나 미래가 불투명하고
결국에 닿은 곳이 이 세상의 끝의 끝이라고 해도
너와 난 함께 할 테니까.

잔무정리와 인수인계를 대충 끝낸 다음
난 회사를 그만두었다.
너 같은 녀석은 뭘 해도 오래 못해, 하는 상사의 악담과
동료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마음이 쓰리긴 했지만...
아아, 난 자유다!

마음이 내킬 때면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날씨가 좋으면 빨래를,
서툰 요리에 도전해보기도 하고
그리고 그리고....
..목적이 없는 자유는 한없이 지루하고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하루하루가 지난다는 것을 일주일이 지나서야 터득했다.

프리터 생활이라는 미지근한 물의 홀가분함.
진지하게 무언가를 할 때 휩싸이게 되는 돌이킬 수 없다는 그 공포감.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눈에 띄게 줄어들어가는 선택지.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보다.

회사를 그만둔 지 두 달 반, 인생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기간.
일이 없으면 없는 대로, 매일 매일이 긴장감이 없다고나 할까.
공과금 납부조차 까맣게 잊어버린다.
지금의 이 느긋한 행복감이 기분 좋기도 하지만
때때로 내 자신이 사회에 아무런 공헌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죽은 사람인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몹시 두려워진다.
사실 그런 밤도 있기 마련인 거다.
..이상하네. 죽은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뒀는데.
자유롭게 살면 되잖아, 그렇게 속삭인 그때의 마물이 실은 자유 그 자체라고 한다면?
.....젠장, 인생이란 참 어렵다.

우리들의 미래에 희망의 빛은보이지 않고
아무런 변화도 없이 지루한 매일이 계속되지
설령 느긋한 행복이 계속된다 해도
그것으로 만족한 척 하는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아
여러분의 인간졸업을 축하한다 하지만 난 나에겐
조금만 더 시간을 줘.
무언가 해답을 발견할 때까지.
설령 그것이 위험한 길이고
세상의 끝가지 계속된다 해도... 난 나의 길을 걸어가겠어.

설령 언젠가 이 경치를 볼 수 없게 되는 때가 온다고 해도
그때까지 모두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 tag  만화책, 소라닌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