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 더욱 많아져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식을 것이다

2022. 5. 14. 00:39첫번째 서랍: 나의 믿음/묵상

또한 불법이 더욱 많아져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식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다
마태복음 24:12-13



정치 뉴스를 보면 국민들에게 본이 되어야 할 대표들이 오히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하여 교묘하면서도 대범하게 불법을 저질러 온 사실을 알게 된다. 불법이 판 치는게 세상이 원래 돌아가는 작동 방식이고 그런 불법을 저지르는 게 권력을 가진 자의 특권인 양 포장되기까지 한다. 그런 기사를 하나, 하나 클릭해서 볼 때마다 사랑이 식는다. 댓글을 하나, 하나 읽을 때마다 사랑이 식는다.


최근에 고 노무현 전대통령 생가와 대통령의 집을 방문했다. 출신, 성별, 성적지향, 사회적 지위를 떠나 모든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그 분의 정신과 그 정신을 이어받는 수많은 시민들의 정신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사람의 삶이라는게 육신이 죽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구나. 육신이 죽더라도 정신은 생생하게 살아서 현재 육신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딱딱하게 굳어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 공간에 방문해서 그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면 결코 그를 미워할 수 없을 것 같다. 중간 중간에 놓인 그의 캐리커처와 등신대, 부엉이 바위를 보고 인터넷 공간에서 쉽게 희화화되는 그의 모습이 겹쳤다. 이 공간에 서서 그가 지녔던 시민들을 향한 마음을 느끼면 그렇게 쉽게 혐오와 조롱의 말을 쏟아낼 순 없을텐데. 그 말들과 직접적인 공격을 받아내야 했으면서도 사람에 대한 존중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를 보며 내가 사람과 정치에 대한 실망과 포기를 마음에 담을 순 없겠다, 담아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아들 둘을 죽인 사람을 양아들로 삼고 한센인들 곁에서 그들을 돌보았던 ‘사랑의 원자탄’이라고 불린 고 손양원 목사님 생가와 기념관도 방문했다. 어떻게든 각자도생 하느라 바쁘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사라져 가는 세대에 고 손양원 목사님이 보여주신 이웃에 대한 사랑과 헌신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외국에서는 이 일이 정말 과장이 섞이지 않은 사실이 맞냐며 관련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분은 정말로 자신의 아들 둘을 죽여서 총살될 처지였던 청년을 구해 양아들로 삼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하나님 앞에 끊임없이 부르짖고 기도했다고 고 손양원 목사님의 친손자분인 목사님께서 설명을 더해주셨다. 어떻게 아들 둘을 잃은 것이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 고 손양원 목사님께서는 아들들의 장례를 치루며 하나님께 아들 둘을 순교하게 하시니 감사하다, 기도를 드리시다가 실신하시기도 하셨다고 한다. 아들 둘의 차가운 죽음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 주는 충격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고 손양원 목사님의 사랑이 더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그건 결코 성경에 원수를 사랑하라고 써 있으니까 목사로서 그렇게 해야지, 라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 번에 싹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가 평생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죄와 악과 싸워나가야 하듯이 고 손양원 목사님도 믿음의 싸움을 해나가시는 삶을 사신 것이다. 감사하게도 그 분은 끝까지 좁은 길을 걸어가셨다. 나에게도 내 십자가가 있다. 어떤 학생이라도 그 학생이 괜찮은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가르치는 것. 대충 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고 정성을 다하는 것. 정치를 혐오하지 않고 계속 관심을 갖고 시민으로서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과 가족들을 존중하는 마음과 언행을 갖추는 것.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교회 공동체 사람들과도 함께 교회를 이뤄가는 것. 등등.. 그 십자가를 지며 살아가는 삶에 사람을 향한 사랑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