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라쉬적 성경읽기

2020. 10. 27. 10:29첫번째 서랍: 나의 믿음

우연히 알게된 서울YWCA(기독교여성청년회)라는 곳에서 '교회로 찾아가는 성평등 교육'을 한다고 했다.

이런 좋은 강좌가 있다니! 거기다 무료고 직접 찾아와 주기까지하다니.(결국 줌으로 하긴 했지만)

체다카 멤버들에게 얼른 이야기해서 함께 듣게 되었다.

강좌를 듣고 나서 끝나지 않고 '성서 속 여성이 보내온 편지'라는 책을 선물로도 보내주셨다. 

교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을 향한 애정을 듬뿍 담은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다.

 

성서 속 여성이 보내온 편지

책은 백소영 교수님이 성경 속 여성들이 나온 이야기를 본인만의 미드라쉬적 읽기로 풀어낸 글을 담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와, 밧세바, 마리아 같은 사람들을 물론이고, 조금 낯선 부아, 훌다, 야엘, 유니아 같은 사람들까지. 성서 속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편지글로 친근하게 담아서 편안하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며 그 인물들이 살을 입고, 표정을 짓고, 생각하고 말하는 장면이 입체적으로 상상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드라쉬적 성경읽기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감사하게도 백소영 교수님이 유튜브에 올리신 미드라쉬적 성경읽기 영상이 있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미드라쉬적 성경읽기란

 

강의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Midrash(미드라쉬): 주석, 해석 

 

성경을 내가 해석하며 읽는 것.

성경을 내가 해석하며 읽는다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성경도 잘 읽지 않고,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는 내가 감히...?'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의 원리를 따른다면 내가 해석해도 괜찮다.

나의 상상력이 한껏 발휘되어도 괜찮다. 

 

1.꼼꼼하게 읽는다

2.다른 미드라쉬(해석)도 참고한다.

3.물으며 읽는다.(누가, 언제, 왜?)

4.문맥을 파악한다. 

5.항상 숲을 보기

6.자세히 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라

7.개인경험을 살려서 읽어라. 이야기에 살을 붙여라.

성경에 기록된 놀라운 경험들을 언어로 다 표현해서 담기엔 어려웠을 것.

다 담기지 않았던 실재를 상상하며 살을 붙여서 읽기. 

8.특정 구절, 말, 글자의 의미를 묵상하라.

9.전통들은 서로 얽혀있다. 동시대의 다른 자료를 활용하라.

10.다른 이들의 생각을 존중하라. 답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11.분노, 도전, 질문이 미드라쉬 속에서 가능하다.(예:하나님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실 수 있나?)

12.토라가 우리에게 도전하도록 만들어라.(토라: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통칭하는 율법서)

13.토라를 오늘과 연결시켜라.

 

우리에게 자유와 선택을 선물로 주신 하나님.

그 원리를 성경읽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 하나님의 말씀인지 분별하는 기준: 초월성, 보편성

시대, 계급, 문화, 성별을 뛰어넘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기쁜 소식이 되는 해석인가

예)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에서 나왔으니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다. (여성에게 기쁜 소식 아니므로 하나님의 원리가 아님.)

 

성경을 읽는 익숙하고도 새로운 관점이 생겼다. 

백소영 교수님께서는 이어지는 강의에서 실제로 성경을 미드라쉬적으로 풀어내신다. 

대여섯살 때부터 교회에 다녔던 내가 교회에서 수많은 설교를 통해 들었던 성경이야기들과 그 해석이 있다.

그것만이 정답인 줄 알고 자랐다. 

그런데 그 해석은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자란 중년의 남성 설교자에 의한 해석이 주된 건 아니었는지. 

성경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다양한 인종, 계급, 성별 등에 의한 해석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시아인의 하나님. 

과부와 고아의 하나님. 

여성의 하나님.

어린아이의 하나님.

다양한 해석자들에 의해 성경 말씀은 더 풍성해진다.

성경이 2000년 전 과거에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2020년 오늘에도 살아 숨쉬는 역사가 되게 해준다.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성경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나는 여성으로서 그 동안 삭제되었던 여성의 목소리로 성경을 탐구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교회의 가부장적 문화 가운데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성경 속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 분노를 느끼는 여성 크리스천들이 있다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고(교회는 떠날 수 있지만)

신앙까지도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꼭 이 강의를 들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