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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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의 노을들
7월이 되었다. 6월 말부터 공기가 뭉근해지더니 한차례 폭우가 휩쓸고 지나갔다. 7월로 넘어서자 더 이상 무를 수 없는 더위의 연속이다. 올해의 여름이 온 것이다. 작년을 기점으로 내게 '여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협재해수욕장의 노을지는 하늘이다. 나는 작년 여름 협재 해수욕장 근처에서 제주 한달살이를 했다. 내가 구한 숙소는 두 사람이 몸을 뉘일만한 크기에 건물 모서리의 모양을 그대로 본뜬 각진 화장실이 딸린 작은 방이었다.(독특한 구조 때문에 화장실 문이 온전히 열리지 않았다.) '협재'라는 지역을 고정하고 가격 위주로 정한 방이었기에 방은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방으로 인한 불만은 숙소를 나와 5분 거리에 있는 협재해수욕장에 가면 찬가로 바뀌곤 했다. 여름 성수기에, 제주도에서, 협재해..
2022.07.06 -
유년 시절의 기억
초등학생 때 나는 여름 방학만 되면 외할머니 댁에 내려갔다. 외가 쪽에는 내 또래 사촌들이 많았다. 우리는 사촌들 중 누군가의 부모님이 모는 봉고차를 타고 몇몇은 의자에 앉았고 몇몇은 돗자리를 깐 바닥에 앉았다. 지나가는 차를 추월하는 걸 경주에서 이긴 양 기뻐하기도 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렸다. 게임 이야기와 만화책 이야기, 노래 부르기가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전라남도 무안(지금은 박나래의 고향으로 유명한) 외할머니댁에 도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하며 방학 동안 자녀들을 돌보기 힘들었을 부모님들이 합심하여(?) 외할머니께 우리를 보내버린 것이다. (외할머니께 잘해야겠다..) 외할머니의 고충을 생각해볼 만큼 생각이 자라 있지 않을 때였다. 그저 머릿속에서는 '오늘은 무슨 (사고를 칠...) 일을 하며 놀까..
2020.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