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6. 10:28ㆍ창문 밖 풍경: 여행/국내 여행
7월이 되었다. 6월 말부터 공기가 뭉근해지더니 한차례 폭우가 휩쓸고 지나갔다. 7월로 넘어서자 더 이상 무를 수 없는 더위의 연속이다. 올해의 여름이 온 것이다.
작년을 기점으로 내게 '여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협재해수욕장의 노을지는 하늘이다. 나는 작년 여름 협재 해수욕장 근처에서 제주 한달살이를 했다. 내가 구한 숙소는 두 사람이 몸을 뉘일만한 크기에 건물 모서리의 모양을 그대로 본뜬 각진 화장실이 딸린 작은 방이었다.(독특한 구조 때문에 화장실 문이 온전히 열리지 않았다.) '협재'라는 지역을 고정하고 가격 위주로 정한 방이었기에 방은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방으로 인한 불만은 숙소를 나와 5분 거리에 있는 협재해수욕장에 가면 찬가로 바뀌곤 했다. 여름 성수기에, 제주도에서, 협재해수욕장이 코 앞이고, 에어컨 잘 나오면 됐지 뭘 더 바라? 협재의 환상적인 풍경을 집 앞 편의점 가는 발걸음으로 누릴 수 있는데. 정말 행복하기 그지없다.
최근에 본 자투리 글귀 중 '집'의 개념을 집 주변의 환경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집 주변에 있는 공원, 개천, 탁 트인 하늘... 맞는 말이다. 집에 대한 만족도는 집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것 그 이상으로 집 '밖'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결정한다.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다. 20층이란 꽤 높은 층에 살고 있음에도 베란다에서 보이는 풍경은 탁 트인 하늘이 아닌 옆동, 옆옆동, 앞동이다.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아파트들을 빼고 남은 하늘은 작은 조각이다.
며칠 전 폭우가 내리고 하늘이 먼지하나 없이 파랗던 날. 하늘에 동화같은 커-다란 뭉게구름이 가득 피어오르던 날. 그 날 저녁의 노을이 궁금하다. 협재해수욕장에선 분명 환상적인 노을을 볼 수 있었을텐데. 생각해보면 그 날 뿐만이 아니다. 퇴근시간이라 차로 가득한 도로 위를 달릴 때에도, 번화가의 골목을 지나다가도 해가 지평선으로 내려오는 시간이 되어 사위가 붉어지는듯 하면 나는 협재의 바다가 자꾸만 그리워졌다.
2022.07.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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