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캐쳐 만들기 by.delight(딜라잇)

2020. 4. 20. 17:41조물조물: 노작활동

*썬캐쳐: 크리스탈이나 유리 등으로 만들어 햇빛을 사방으로 퍼지게 해주는 장신구.

            어두운 기운을 몰아내고 밝은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어두운 고동색의 나무와 어우러지는 유리 조명의 레트로함을 좋아한다.

그래서 유리 공예를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다.

우연히 플리마켓에서 알게 된 '딜라잇'이란 유리공예 공방에서 원데이클래스를 하길래 친구 S와 함께 해보게 되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돌아갔다. 예쁜 것 투성이인 공간, 너무 좋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썬캐쳐 만들기 

 

 

 

 

 

 

1. 유리공예 칼 사용법 익히기

 

유리 공예 시작 전에는 칼로 유리를 전부 자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유리 공예 칼은 특이하게 생겼다. 연필깎이처럼 생긴 머리(헤드) 부분에 작은 틈 사이로 롤러같이 생긴 칼이 들어있다.

그 틈을 자르고자 하는 선에 맞춘 뒤 헤드를 움직이며 유리에 얇게 선을 낸다. 

그 뒤, 펜치같이 생긴 도구를 사용해 힘을 주어 유리를 선에 맞춰 조각 내 떼어낸다.

 

 

 

헤드의 틈을 선에 맞춘 모습

 

 

 

펜치의 종류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직선을 자를 때 사용하는 도구다.

가운데 홈에 자르고자 하는 선을 맞춘 뒤 살짝 힘을 주면 유리가 또각, 하면서 조각이 난다.

한 방에 깔끔하게 잘릴 때의 쾌감이 있다.

 

 

곡선을 자를 때 사용하는 펜치

 

 

곡선을 자를 때는 위의 사진에 나온 펜치를 사용해서 끝 쪽에 힘을 주어 잘라낸다.

곡선을 자르는 게 쉽지 않았다. 힘들게 힘은 주는데 유리는 제대로 잘리지 않고 부서지기 일쑤였다.

쌤의 코칭으로 알게 된 사실. 유리를 잡고 있는 손이 문제였다.

 

 

 

작은 차이가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이렇게 유리를 잡아야 펜치의 힘을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잘 전달하게 된다. 

이 작은 차이로 이후의 펜치질이 백만 배는 쉬워졌다는 사실. 유리공예하실 분들은 꼭 기억하시길..

 

2. 도안 그리고 잘라내기/ 그라인딩

 

 

 

 

 

충분히 칼 질(?)을 끝내고 난 뒤 실전에 들어갔다.

선택한 도안을 OHP필름에 그린 뒤 조각낸다.

그 조각을 선택한 유리판 위에 놓고 네임펜으로 따라 그린다.

유리판에 그린 선 모양대로 유리를 자른다.

 

 

새 모양으로 유리를 조각내어 잘랐다

 

 

곡선 부분을 자르는 게 어려운데 부분으로 나눠서 최대한 직선 모양으로 잘랐다.

자르다 보면 깔끔하게 안 잘리고 울퉁불퉁하게 잘리기도 하는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른 뒤에 선생님이 영혼을 갈아 넣어(...) 그라인딩을 해주시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손길을 거쳐 고운 새로 다시 태어난 모습.

 

3. 구리 테이프 감기

 

 

 

구리 테이프 감기

 

 

조각난 유리에 구리 테이프를 감는다. 

테이프를 감는 시작점은 유리가 겹치는 면으로 하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한다.

유리 조각을 테이프의 정중앙에 두어서 위 아래에 붙는 테이프의 면적이 비슷하게 앞 뒤로 보일 수 있도록 한다.

붙인 뒤에 플라스틱 헤라 같은 걸로 과일 깎듯이 구리 테이프를 꾹꾹 밀어서 유리에 밀착하도록 다듬는다.

쌤이 로즈골드빛 구리 테이프가 감긴 상태가 가장 예쁠 때라고 하셨다.

 

 

 

구리 테이프 붙이기 완성! 반짝반짝

 

 

 

4. 납땜하기

 

 

 

사랑과 (넋나간)영혼

 

 

드디어 유리공예의 꽃 납땜이다.

납땜이라니...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라떼는 학교에서 납땜하고 그랬는데~ 추억 아련~

납이 평평하게 붙을 수 있게 약품을 바르는 데 그 약품이 피부에 닿으면 안 좋다고 해서 장갑을 꼈다.

그리고 그 장갑 낀 손으로 사진 찍겠다고 핸드폰 만진 나 무엇...? 오늘도 바보미를 인증했다. 

달궈진 인두가 납을 호로록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게 너무 신기하고 무서웠다.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진 납을 선에 맞춰 적절하게 뱉어내게 하면서 움직여야 했다. 

그 리듬을 익히는 게 쉽지 않았다. 쌤은 밥 아저씨처럼 쉽게 말씀하셨다.

톡, 톡, 톡 두드리듯이 지나가면 된다고.

하지만 나는 쌤처럼 평정심을 유지한 채 인두를 다루는 게 어려웠다.

 -어떡해요 어떡해요오오 쌤 이것 좀 봐주세요 잉잉

어리광을 부렸지만 돌아오는 건 쌤의 호통이었다.

쌤은 전직 수영선수, 코치를 거친 분이었다.

나는 채찍형 선생님께 호되게 유리공예를 배웠다.

5. 끈 달고 장식 꾸미기

 

 

끈 달고 꾸미기

 

 

인두 작업을 끝낸 뒤에 물로 세척한다. 

세척한 뒤에 마지막 작업, 끈을 달고 비즈 등을 이용해 꾸며준다.

완-성!!! 

결과물은 마음에 쏙 들었다.

4시간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왜 핸드메이드가 비쌀 수밖에 없는지 마음 깊이 인정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비싸다고 하지 말자. 다 비싼 이유가 있다.

 

 

완성된 모습

 

생각했던 것(유리를 통째로 썰기)보단 괜찮았지만 모든 과정이 계속 초집중해야 하는 일들의 연속이어서 매우 지쳤다. 

 '너네 언제 가냐..'라고 했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유리공예도 인상깊었지만 선생님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30대에 만난 사람 중 이렇게 거침없이 다가오는 사람은 쌤이 처음이야...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핵인싸의 향기.... 엄청난 에너지였다.....

하지만 쌤이 근처 맛집에서 코코넛 커피도 사주셨다.

다낭 콩 카페 뺨치는 맛이었다. 선생님... 좋은 사람이었다..! (단순)

 

 

전문 플로리스트가 꾸미는 것 같은 생화 데코

 

수업을 마치고 동인천에 있는 채식 식당 '더비기닝'에 갔다.

항상 생화가 솜씨있게 장식되어 있어 예쁜 식당이다. 맛도 훌륭하다. 

그런데 테이블 좌석이 적어서 오래 앉아 있기엔 좀 눈치 보임(...)

우리같이 말 많은 사람들은 좀 생각해봐야 할 듯...

 

 

채식 식당 더 비기닝.

 

저녁 맛있게 먹고 차이나타운 특산물(?) 공갈빵과 화덕만두도 야무지게 포장해서 집에 돌아왔다.

동인천에서 보낸 알찬 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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