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공 주택수리과정 입문반 1회: 수공구 사용법

2020. 11. 1. 21:18조물조물: 노작활동


프롤로그


지금 집에 산지도 4년이 다 되어간다. 

결혼과 함께 구하게 된 전셋집. 

전셋집의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취향으로 꾸민 나의 작고 소중한 공간.

정말 많이 애정하는 공간이다.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던 책장 ⓒ지랭

 

프롬 이케아

 

많은 것들이 이케아에서 왔다. 

가장 규모가 큰 작업은 안방 벽에 설치된 선반 식의 책장 겸 책상(이케아 알고트)이었다.

선반을 설치하기 위해 벽 라인을 따라 콘크리트에 피스를 내리 박아야 했다.

쿨한 주인을 만난 덕분에 가능한 선택이었다.(돌연 집 뺄 때 문제 제기를 하진 않으시겠지..?)

아빠가 총대를 메고 모든 피스를 박아주셨다. 

그리고 그 외에도 전등 교체, 커튼 달기, 헹거 조립.... 페인트를 제외한 모든 공구가 들어가는 작업은 아빠의 몫이었다. 

그렇다. 우리 남편은 이런 면에는 관심이 없는 걸 넘어서서 하기 싫어한다.

그리고 나는 사실 성격이 급하고 체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이런 작업에 관심이 아주 많다. 

차분한 남편의 성격이 더 이런 분야의 일을 안전하게 하기에 알맞은 것 같아서 다소 아쉽지만.(그의 성격이 내 성격이었어야 해..! 욕심욕심)

하기 싫은 일을 남자라는 이유로 억지로 시키고 싶지도 않고, 

나는 누가 나 대신에 이 일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보단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여기에 선반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드릴을 꺼내 피스를 부드럽고 정확하게 박는다.)

~선.반.완.성.~

"커튼이 말썽이네. 주말에 고쳐야겠어."

(다른 사람을 부를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고친다.)

~문.제.해.결.~

 

상상만 해도 너무 짜릿하다. 멋지지 않은가.

점점 공간 인테리어가 중요해지는 만큼 공간 수리·관리 능력도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

필수적인 능력은 아니지만 있으면 정말 좋은 능력인 것이다.

 

여기공을 만나다.

 

그래서 여기공이라는 단체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주택수리입문반을 연다는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여기공은 여성들이 만든 (특히) 여성들을 위한 기술 교육, 기술 문화를 만들어가는 단체다. 

여성이 기술을 배우고 싶어도, 여성에게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안전하고, 적합한 교육을 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남자들 틈에 껴서 '여자가 이런 건 뭐하러 배우려고 하나? 남자한테 해달라고 하면 되지~'란 눈초리에서 자유로운 곳.

'여자는 역시 힘이 안돼서 뒤쳐져.'란 비교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눈대중으로 알아서 배워'라는 불친절한 배움의 환경이 아닌, 언제든 궁금한 건 편안하게 질문할 수 있는 곳. 

이런 공간이 있음에 감사했다.

 

▼여기공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여기공 홈페이지

 

여기공

여성기술자를 양성하고 기술문화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her-e.com

여기공 주택수리과정 입문반 ⓒ지랭

주택수리입문반은 총 10회 과정이다.

목요일, 토요일, 오전, 오후 반으로 4개 반이 운영되었고, 나는 토요일 오후반(3시~6시)을 수강했다.

비용은 120만원으로 적잖은 비용이었지만, 여성들의 사업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배우는 내용도 만족스러워 비용이 아깝지 않은 강의라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강의: 수공구 사용법


벽에도 종류가 있다.

 

첫 번째 강의는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했다.

우리가 뭔가를 설치하고자 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거의 벽일 것이다. 

그런데 벽이라고 다 같은 벽이 아니었다는 사실! 

벽은 크게 콘크리트/합판(가벽)/석고보드로 나눠져 있다. 

이 벽의 성질에 따라서 이용하는 공구와 박는 피스(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박는 못)의 종류가 달라진다.

 

나무는 섬유질이 촘촘하게 얽혀있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못을 박으면 섬유질이 착 못을 잡아준다. 

그런데 콘크리트 섬유질이 없다. 깨질 뿐이다. 그래서 못을 박으면 그대로 쑥 빠져나온다. 

그 때 필요한게 하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앙카다. 

깨기 위해서는 전동드릴의 해머모드(앞, 뒤로 움직이며 벽을 때림)를 이용해야 한다.

석고보드는 보통 사무실에 많이 사용하는 소재인데, 토우앙카라는 특이한 모양의 앙카를 사용해야하고 왠만하면 뭘 매달지 않는게 좋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벽인지는 어떻게 아느냐? 

손으로 벽을 통통 두드려보면 된다.

콘크리트와 가벽의 소리가 완전 다르다. 

콘크리트는 안이 꽉 차 있어서 소리가 울리지 않고 탁탁, 난다면 가벽은 나무로 만들어서 퉁퉁,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난다.

 

아래 동영상을 보고 한 번 맞춰보시라. 정답은 더보기에.

더보기

콘크리트->가벽

 

어떤 소리가 콘크리트 벽일까요? 맞춰보세요.

벽은 뭐라도 해볼 수 있는 공간이지만 바닥은 수평이 매우 중요하기에 비전문가가 섣불리 바닥과 관련된 공사를 하는 건 추천하지 않으셨다. 특히 난방을 하는 한국의 특성상 바닥에 보일러 배관이 깔리는데 보일러 배관 잘못 건드리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되니 주의하시라. 

 

수공구, 사지 말고 빌리자

 

뭐든 입문하기 전에 장비빨부터 세우는 사람? 

네, 저입니다. 

강의를 듣고 나면 당장 내일부터 뭐라도 뜯어고칠 것처럼 장비를 사고 싶은 욕망이 올라오는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선생님께선 바로 시작부터 '사지 말고 빌리기부터' 하라고 강조하셨다.

빌리는 곳은 지인이나(주변에 수소문하면 '저걸 왜 가정집에...?!' 하는 것도 은근히 나올 수 있다.) 가까운 주민센터(서울시민은 서울시 집수리닷컴의 공구대여소 검색), 아파트 관리실, 철물점 등에서 빌릴 수 있다고 한다. 

일단 빌려서 사용해보고, 공구를 사기로 결정했다면 온라인이 더 저렴하긴 하지만 동네 단골 철물점을 뚫어놓으면 이런 저런 궁금한 것도 물어볼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좋은 사장님 운은 필요하겠지만. 배우고 가면 사기는 당하지 않을 것!)

그리고 한 번 사면 오래 쓰게 되니 무조건 싼 것보단 가성비 좋은 것을 사도록 하자.  

 

+서울에 사는 분들은 정말 부러운게 확실히 수도인만큼 여러 가지 사업을 시에서 많이 하더라. 

주택수리 관련된 저렴한 강좌도 서울 시민 대상으로 열고(12회, 48시간 집수리 아카데미가 8만원임..! 선착순 접수.) 집수리 관련된 정보와 도움을 모아놓은 서울시 집수리닷컴이라는 사이트까지 따로 있다.  

(인천은 찾아보니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 대상으로만 하는 강의가 있고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없음.)

▼서울시 집수리닷컴

 

서울시 집수리닷컴

서울특별시, 집수리 지원사업 서울시가 함께해요! 집수리 노하우 알려드립니다.

jibsuri.seoul.go.kr

수공구의 종류

 

수공구는 우리가 손으로 직접 사용하는 공구를 뜻한다.

망치, 펜치, 줄자, 드라이버 등... 한 번쯤은 들어봤을만한 공구다. 

그런데 사실 정확히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사용할 일이 없어서 그런가 잘 모르는 게 현실.

각 잡고 제대로 배워보았다. 

빠루망치 ⓒ픽사베이

망치는 빠루망치라고도 하는데, 빠루는 못을 뺄 때 사용하는 노루발(장도리)이고 빠루가 달려있는 게 빠루망치인 것이다.

망치는 누구보다 빠르게 두드리거나 쾅쾅 세게 두드릴수록 망치질을 잘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망치질과 다른 수많은 작업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듬감이라고 하셨다.

군더더기 없는 일관되고 깔끔한 작업을 만들어내는 리듬감. 

망치질의 소리로 좋은 작업자와 그렇지 못한 작업자를 구별해낼 수 있다.

 

줄자 ⓒ픽사베이

줄자는 정확도와 내구성이 중요하기에 싼 거 말고 좋은 줄자를 사야한다. (코메론, 타지마 추천)

줄자를 사용할 때 잠금 장치가 있고, 눈금이 양면인 줄자를 골라야 한다. 

왜냐하면 줄자를 접어서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드라이버 ⓒ픽사베이

드라이버는 나사를 조일 때 사용하는 도구다. 

십자와 일자가 양쪽에 달려있는 양용 드라이버를 사는 걸 추천한다.

둘 다 필요하기 때문.

스패너와 몽키스패너 ⓒ픽사베이

스패너는 각이 있는 볼트와 너트를 조이고 푸는 도구다.

사실 나는 몽키스패너라고 더 많이 들어본 것 같다.

(몽키스패너 하면 영화에서 고문하거나 후려칠 때 많이 사용하는 거로만 알고 있었...)

몽키스패너는 잡는 부분의 폭을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이 달려있는 스패너인데, 이걸 발명한 사람 이름이 몽키여서 몽키스패너로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폭을 조절할 수 있으니 다양한 크기의 볼트와 너트를 조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패너는 비싸지 않아도 괜찮다.

펜치 ⓒ픽사베이

펜치는 플라이어(Pliers)라고도 한다.

잡는 턱과 자르는 절단 날로 이루어져 있다.

펜치도 많이 들어는 봤는데 잡는 건지 자르는 건지 헷갈렸는데 둘 다 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바보는 아닙니다.)

펜치는 오랫동안 쓰고, 절단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로보스터, 버팔로 제품)

이렇게 못도 잡을 수 있다. 손 안다치고 못 박기를 가능하게 해줌 ⓒ픽사베이
첼라 ⓒ픽사베이

첼라는 워터 펌프 플라이어(water pump pliers)라고도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배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도구다.

볼트나 너트가 너무 크거나 작업 공간이 좁아서 스패너를 사용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스패너의 보조 도구다.

니퍼 ⓒ픽사베이

니퍼는 커팅 플라이어(cutting pliers)라고도 하고, 전선의 피복을 벗기거나 전선을 자를 때 사용하는 공구다. 

자르는 용도므로 날이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로보스터 제품)

펜치에 자르는 날이 있으므로 필수로 구비해야 하는 제품은 아님.

롱노즈 ⓒ픽사베이

롱노즈는 '라디오 펜치'라고도 부르며 전기, 통신기기, 가전제품 등의 배선과 수리를 할 때 주로 쓴다.

철사를 구부리거나 작은 부품을 집을 때 사용한다. 

이 녀석도 안쪽에 날이 있어 전선을 자를 수 있다. 

싼 거 사도 괜찮다고 함.

 

실습: 망치질로 못 박기

 

스트레스가 풀린다 풀려 ⓒ지랭

실습은 폐파레트에 못을 박는 걸 해봤다.

3센티 간격으로 못 박을 위치를 표시한 뒤 리듬감있게 못을 박는다.

"탕탕탕, 탕탕탕, 탕. 탕. 탕. 탕!"

요런 느낌으로다가. 

제대로 자리잡힌 못을 탕탕탕 힘껏 쳐서 못이 쑥쑥 박힐 때의 그 쾌감이란!!!! 스트레스가 절로 풀렸다.

 


에필로그


여성들이여 공구를 들자! ⓒ지랭

수공구의 가장 큰 매력은 나의 기본 신체 조건을 뛰어넘는 능력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마치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으면 자신의 신체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힘이 생기는 것처럼, 

한 손에 첼라, 한 손에 스패너를 들면 악력이 약한 나도 모든 걸 다 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성들이여, 공구를 들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