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에피소드 2023-7: 포로기를 살아간다는 인식,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소망.

2023. 9. 17. 17:27첫번째 서랍: 나의 믿음/묵상

유튜브에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지구촌 곳곳이 처음 경험하는 규모의 자연재해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터전을 잃었다. 묻지마 범죄가 일상적으로 느껴져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 가게 되면 긴장상태가 되어 경계하며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범죄의 수위는 높아지는데 처벌의 수위는 낮아지고 재판정의 저울은 계속해서 한 쪽으로 더 기울어 간다. 국가 경제도 위태롭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주변 나라들도 위태롭긴 매한가지다. 한창 사회에 나가 꿈을 갖고 열심히 일해야 할 젊은 세대들은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희망에 자포자기 해버리거나, 달관한 태도를 보이거나,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는 투쟁을 하고 있다. 삶이 고되다. 통계가 말한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OECD 1위다. 

 

세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나는 사회 변혁에 대한 꿈이 있었다. 교육 현장에 들어오면서도 자신을 건강하게 돌보고 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성숙한 시민들이 많아져야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은 더 나빠졌다. 교육은 경제논리로 재단되었고, 서비스업으로 전락했다. 학생과 보호자 입맛에 맞지 않는 교육은 곧 아동학대가 되었다. 손발이 묶인 교사들은 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자기 감정, 자기 생각 속에 빠져서 자라난 아이들은 결국 사회에서도 비뚤어진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일에 대한 의미, 삶에 대한 의미를 잃어갔다. 이 땅의 변화를 바란 만큼 이 땅의 변화가 요원하다고 느껴질수록 이 땅에서의 소망이 사라졌다. 더 살아봤자, 더 고통스러운 일들만 겪겠지. 마라나타. 주여 오시옵소서. 고통없이 죽는다면 그게 더 해피엔딩에 가까워지는 일 같았다. 

 

아이를 낳는 일도 망설여졌다. 아이에게 삶이란 축복일까? 지금보다 더 파괴된 자연, 재해, 불안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이에게 고통을 선사하는 일이 아닌가. 

 

그런 나에게 9/17 주일, 세범목사님의 요한계시록 1장 말씀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왔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거쳤던 70년의 포로기와 같고,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말세로 치닫는 삶이란 것. 

나는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며 세상이 변하기를 소망했지만, 내가 바라는 모습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것. 오히려 세상은 더 악해질 것이고 세상의 문제는 더 심화될 것이란 것. 내가 포로기 시대를 살아가는 자녀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는 포로기를 거쳐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 괴로운 시기를 살아내도록 하신 것처럼. 우리는 종말의 때에 찾아오는 환난과 고통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내가 가져야 할 소망은, 실제적으로 이 땅이 변화되는 것이 아닌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것이고 결국 끝이 있다는 사실임을. 

포로기 70년이 결국 끝났던 것처럼. 포로기를 지난 이스라엘 백성의 자손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고통과 절망 중에 희망의 씨를 심으시고 새 싹이 나게 하신다. 포로기를 지나는 백성은 고통스러운 현실에 하나님은 살아계신가, 무엇을 하고 계신가 반문하며 울부짖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느끼는 가와 상관없이 하나님께서는 살아계시고, 망가져 가는 세상 속에서도 그 분의 선한 계획을 이루어가고 계신다는 것을. 결국 선이 악을 이길 것이고, 하나님께서는 공의로운 심판을 하실 것이란 걸. 그것을 믿는다면 세상이 제 아무리 최악에 최악을 거듭할 지라도 우리의 소망은 결코 흔들리지 않게 된다는 걸. 

 

그 소망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 땅에서의 삶을 살아갈 이유를 회복한다. 

우리는 새 싹을 틔워내는 자로서 부르심을 받았다.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선으로 악을 갚는 삶

내가 받은 용서가 헤아릴 수 없는 바다와 같음을 깨닫고 이웃의 한 바가지와 같은 죄를 용서하는 삶

더욱 걍팍해지는 마음을 관대함과 넉넉함으로 대하는 삶

자연을 파괴하는 세태를 거슬러 들에 핀 풀 한 포기를 소중히 여기고 돌보는 삶으로

쉼 없이 달려가는 세상 ,성공과 부와 명예를 쫒는 삶의 트랙에서 벗어나 멈추고 반추하는 삶으로

정의와 공의가 굽어진 세상에서 정의와 공의를 바로 세우는 삶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살아있을 때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지, 오지 않으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포로기에 태어나 포로기에 생을 마감할지라도. 

포로기 중에도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삶을 산다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의미있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로소 아이에게도 삶이 값진 선물이라고 이야기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