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19. 16:51ㆍ네번째 서랍: 문화 이야기/책을 읽다
곤(GONE) 도서 실물, 굿즈 모습
텀블벅에서 펀딩했던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의 새 작품 [곤]을 드디어 완결까지 받아보았다.
선물로 같이 온 양말 너무 귀엽고 따숩다. 양말 굿즈로 더 만들어주세요♡
수신지 작가는 누구인가: 며느라기를 아시나요
[며느라기]는 며느리가 되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고민들을 담은 웹툰으로 연재 당시부터 폭발적인 공감을 일으키며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며느리만의 문제가 아닌 가부장제 사회의 모순들을 짚어낸 명작..!
나 또한 폭풍 공감을 했었다.
[며느라기]가 최근에는 카카오TV에서 웹드라마로 방영 중이다.
너무너무 재미있게 보고있다.
카카오TV 웹드라마에서도 백만뷰 훌쩍 넘고 댓글창 공감 폭발 중...
영상으로 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이거 정말 현실에서 익숙하게 보던 장면들이잖아? 이정도면 다큐임.'
'그래 왜 우리는 이런 말들을 당연하게 생각했지. 하나도 당연하지 않은 것들인데.'
'맞아, 나도 저런 고민이 들어. 마냥 선을 그을 수만도 없는 마음.'
재미의 근간은 역시 원작의 탄탄함 아니겠는가.
만화의 장면, 대사 하나하나를 잘 담아낸 것만으로도 훌륭한 장면들이 탄생했다고 느꼈다.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한 순간들이 자꾸자꾸 떠올라."
일주일에 한 편 올라오는데 한 편이 20분밖에 안돼서 너무 아쉽다.
현재 5편까지 올라옴. 총 12부작 예정.
곤(GONE): '낙태죄'를 다루다
이런 [며느라기]를 만든 수신지 작가의 새 책이 바로 [곤]이다.
가부장제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들려주는 그녀의 이번 주제는 '낙태죄'였다.
[곤]은 낙태가 본격적으로 '죄'가 된 세상을 그린다.
모든 가임기 여성은 의무적으로 낙태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 결과가 낙태를 한 경험이 있다고 나오면 감옥에 가야 한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
20살 학생 커플에게 찾아온 준비되지 않은 임신.
낙태가 불법인 사회에서의 낙태 시술이 얼마나 고비용, 고위험을 가진 행위가 되는지.
낙태가 불법이든 합법이든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딩크로 살기를 바랐던 부부에게 찾아온 예기치 못한 임신.
그리고 모계 성을 따르는 문제에 대한 갈등.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아이를 갖게 된 부부.
시험관 시술을 위해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배아는 과연 생명인가.
임신 주수로 생명을 나누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국가가 낙태를 장려했던 시대와 낙태가 죄라는 시대를 동시에 살아내야했던 여성들이 이야기.
이번에도 수신지 작가는 현실감 넘치는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문제 의식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독자들도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낙태죄를 둘러싼 이슈와 문제들을 알게된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2019년 4월 11일,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낙태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태아를 함께 만든 남성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는 불합리한 법이기 떄문이다.
그래서 낙태죄가 폐지된 줄 알고 좋아했는데..! 우리에겐 넘어야 할 산이 또 있었다.
정부와 국회는 헌법불합치 된 조항에 맞춰 새롭게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에서 새로 만든 법안에 낙태죄 처벌조항이 그대로 담겨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뀐 점이라곤 낙태죄를 묻지 않는 예외의 조항들을 조금 늘린 정도(임신 14주까지만 처벌하지 않음)다.
2020년 12월 31일까지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정부안 그대로 통과될 것인지... 마음을 졸이게 된다.
GO ON!: 여성의 몸은 국가의 것이 아니다.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낙태죄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해도 여성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다.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는 낙태죄가 합헌이었지만, 2019년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낸 것은 여성들의 투쟁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당연했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당연했던 것이 아님을 생각해보게 하는 일.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몫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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