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by정세랑

2020. 11. 17. 13:08네번째 서랍: 문화 이야기/책을 읽다

시선으로부터 by.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과 [시선으로부터]를 연이어 읽었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은 독특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그들은 먼 존재가 아니라 친근한 존재로 다가온다.

가볍게, 재미있게, 하지만 읽고 나서 마음에 남는 여운이 길다. 

특히 [시선으로부터]는 더 많은 여운이 남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바로 다시 처음부터 읽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20세기에 태어나 하와이와 독일 한국을 거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심시선 여사로부터, 

21세기로 이어지는 그녀의 자녀들과 손주들의 인격과 삶과 생각들을 따라가는 여정이 참으로 즐거웠다.

많은 인물이 등장했지만, 모든 인물이 다 매력적이었다. 

그들을 만나며 나는 '다름'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느꼈다.

사람이 상처주고, 사람이 끔찍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사람이 살만하게도 한다. 


퍼즐 조각을 맞춰가듯 심시선의 과거를 복기하는 과정도 흥미로웠고,

그녀의 짧은 이야기들을 듣는 시작은 매번 기다려졌다.

또 어떤 통쾌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까.

그녀같은 할머니들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윤여정 배우, 박막례 할머니.. 

우리에겐 더 많은 롤모델이 필요하다.


그녀처럼 나이들어 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사람. 

결코 겉도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 

꼬장꼬장한 고집이 미워 보이지 않는 사람. 

무심한 듯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

죽고 난 뒤에도 유쾌하게 기억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많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