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 by.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2020. 8. 24. 17:05네번째 서랍: 문화 이야기/책을 읽다

목포 시내에서 우연히 들어갔던 '고호의 책방'

목포에서 유명한 빵집인 코롬방제과와 CLB베이커리 가는 길이었다. 

(소소한 팁:책방사장님께선 둘 다 맛은 똑같다고 하셨음.)

고흐 그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책방이름과 강렬한 주황빛에 홀린 듯이 들어갔다. 

 

누구나 편하게 와서 쉬다 가도 된다고 하셨다. 누군가 앉아서 그리고 간 그림이 있던 책상.

 

그림 관련된 책들이 많아서 취향 적중이었다. 

드로잉집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 다양한 그림 관련된 서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 골랐던 책이 바로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다. 

 

어른들도 좋아하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

 

'그림의 역사'라는 어른판이 옆에 있었지만 나의 손은 자연스레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로 향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사실 내 수준에도 이게 맞음^^

함께 읽으면 되니 일석이조다.

사장님도 추천사에 슬쩍 '어른들이 몰래 읽는다'라고 적어두신걸 보니 나만 그런 건 아닌듯ㅋㅋ 

우리 당당하게 읽어요!ㅋㅋㅋ

 

그림의 역사라고 해서 딱딱하고 지루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그랬는데 책 뒷면에 적힌 이 문구를 보고 걱정이 싹 사라졌다.

"그림의 역사는 동굴에서 시작해서 바로 지금, 아이패드까지 왔어요. 이다음에는 어디로 가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목차도 흥미롭다. 

 

1.그림을 생각하다 - 우리는 왜 그림을 그릴까?

2.자국 만들기 - 무엇이 흥미로운 자국을 만들까?

3.빛과 그림자 - 그림자란 정확히 무엇일까?

4.이 공간을 보라 - 화가는 어떻게 장면을 설정할까?

5.거울과 거울상 - 화가는 빛을 어떻게 활용할까?

6.그림과 사진 - 화가는 어떤 도구를 사용할까?

7.움직이는 그림 - 그림이 정말 움직일 수 있을까?

8.그림의 역사는 계속된다 - 그림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까?

 

데이비드와 마틴의 대화와 함께 흥미로운 그림들, 아기자기한 삽화들이 어우러져 술술 읽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본 챕터는 '6.그림과 사진'이었다.

올해 아이패드를 사고 디지털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그림 그릴 때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도화지를 여러장 겹치는 레이어 기능을 이용한다. 

그림 위에 기름종이를 대고 따라 그리는 것처럼 사진을 흐리게 깔고 그 위 레이어에 따라 그리는 거다.

 

▼사진을 이용해 그린 그림의 예(1)

200810 지워니 백일 일러스트

지워니 백일 일러스트 디지털 드로잉 By.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이미지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copyright ⓒ 지랭. All rights reserved

jeeraenge.tistory.com

▼사진을 이용해 그린 그림의 예(2)

200809 아보카도 나무가 온 날

아보카도 나무가 온 날 일러스트 디지털 드로잉 By.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copyright ⓒ 지랭. All rights reserved 이미지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jeeraenge.tistory.com

보고 그리는 것과 다르게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그리는 기술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도 부담없이 선을 그어볼 수 있다. 거기다 수정도 자유로워서 잘못 그릴까봐 선 하나 긋는데에도 여러 번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큰 자유로움을 선물한다.

 

하지만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나선 마음 한 켠에 부끄러움이 남았다.

'따라 그린 건 내 실력이 아니야. 

진짜 잘 그린다는 건 이런 도움 없이 그저 보고 잘 그려야 하는 거지.

내 그림은 진짜 멋진 작품이라고 할 수 없어.'

 

그런데 챕터6을 읽으며 화가들도 도구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7세기와 18세기에는 그림을 만들어 내는 다양한 기구가 개발되었고 화가들에게 널리 사용되었어요. 그중 '카메라 오브스쿠라'라고 불리던 기구는 가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아서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었어요.(...)상자 옆면에 렌즈 하나가 부착되어 있는 이 휴대용 '카메라'로 화가들은 종이나 캔버스 위에 이미지를 투영하고 그림을 그렸어요. 

벤체슬라우스 훌라르의 그림은 '카메라 그림'의 훌륭한 사례예요. 투영도를 사용한 덕에 훌라르는 집들의 윤곽을 정확하고 빠르게 옮겨 그릴 수 있었을 거예요. 훌라르가 나무의 잎들을 그리는 데 쓴 성기고 동글동글한 선들을 보세요.(88P)

 

벤체슬라우스 훌라르, '서더크 대성당에서 웨스트민스터 쪽을 바라본 정경/(부분), 1638년경

 

1807년에 과학자 윌리엄 하이드 울러스턴이 카메라 오브스쿠라의 경쟁자를 만들어 냈어요. 그가 '카메라 루시다'라고 부른 장치예요. 놋쇠 막대 위에 프리즘을 올려놓은 모양이었어요. 각도를 맞춰서 프리즘으로 비추어보면 그림 그릴 종이 위에 투영도가 나타났어요.(89p)

 

카메라 루시다로 그린 것으로 예상되는 그림.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 '루이-프랑수아 고디노 부인의 초상'(부분), 1829년

 

옛날에는 '카메라 오브스쿠라', '카메다 루시다'를 이용했던게 오늘날에는 '아이패드'로 변화한 거구나!

도구를 이용한다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구나. 

옛날 화가들이 지금의 우리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걸 보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놀라운 일이겠지만.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림과 사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면 그들도 분명 기뻐할 거다.

그리고 따라 그리는 그림 속에서도 나만의 빛나는 무언가가 탄생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