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9. 11:45ㆍ네번째 서랍: 문화 이야기/책을 읽다
전교조 활동을 하며 만난 쌤('부추')이 책을 내셨다.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제목 그대로 쌤이 남편과 친구와 함께 강화도에 집을 짓고 함께 살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하게 담겨있는 책이다.
나도 공동체적인 삶에 대해 관심이 많기에 실제로 쌤네 가족을 방문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잠시 나누는 이야기에서 못다한 더 자세한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 낱낱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집 짓는 부분에는 땅 계약부터 인테리어까지의 자세한 과정과 비용까지도 적혀있다.)
'강화도에 번듯한 이층집을 갖고 이제는 꽤 알려진 독립서점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들.'
현재의 결과만 보면 나와는 출발선부터 다른 금수저들이 아니었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들은 '햇빛이 들지 않는 집에서 햇빛도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고,
'안전에 취약한 원룸에 살며 사생활을 침해하는 별의별일을 겪어야 했던' 사람이며,
'이사만 서른 번' 했던 삶을 살았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평범한 그들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살 수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정말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줘서 좋았다.
그래서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마냥 '와 좋겠다', '나도 저렇게 살래!' 라는 낭만적인 설렘과 도전정신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
'하지만 그래도 하고자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래 저게 인생이지..
기대하고 실망하고 그럼에도 살아가고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오늘의 행복을 찾는.'
나도 내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담백하게 차올랐다.
마음에 담는 문장들
셋이 살기 시작하며 처음엔 힘든 시기도 많았다. 셋이 같은 퍼즐을 맞추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리 해도 퍼즐이 완성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그려온 그림은 뭐였지?' 생각해보니 같이 산다는 추상적인 목표만 세웠을 뿐, '어떻게 같이 살지'에 대한 그림을 구체적으로 함께 그려본 적이 없었다. 사실은 서로 전혀 다른 모양의 퍼즐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안 맞는 조각들로 억지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할 순 없을 것이다. 이젠 서로가 다른 조각을 갖고 있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우린 지금 그 조각들을 이리저리 놓으면서 서로에게 어울리는 부분을 찾아가고 있다. 언젠간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될 거라 믿으면서.
그렇다고 우리의 이야기가 동화의 마지막 장처럼 '공주와 왕자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는 않을 것임을 안다. 그저 지금처럼 각자 해보고 싶은 것이 있고, 누군가 먼저 신나게 꼼지락거리고 있으면 다른 두 사람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셋이 작당한 또 다른 일이 탄생하게 될 거다. 같이 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지금까지 우리는 마주한 수많은 난관 앞에서 최선의 선택지가 없을지라도 좌절하지 않고 함께 방법을 모색하고 실행하곤 했다. 그러니 앞으로 뜻밖의 난관과 어려움이 닥쳐도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함께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할 것이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가 이렇게 같이 살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듯,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 '이렇게 될 거야' 하는 목표를 가지고 사는 것이 때로는 부담만 지울 뿐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평생을 약속하는 무거움보다 지금 이 시기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린. (263p. 책의 마지막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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