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일은 아니지만 by.홍화정

2021. 1. 31. 22:31네번째 서랍: 문화 이야기/책을 읽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by.홍화정

독립서점에 갔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와서 눈여겨 보게 된 책.

'나도 그래요!' 라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의 일기를 바탕으로 짧은 만화와 글들이 담겨있었다.

만화를 좋아하기에 작가의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만화들도 좋았고, 

간간이 담긴 작가의 일기글에 공감되는 문장도 많았다.

작가가 힘들었던 4년간의 시기에 적었던 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했지만, 

이 책은 마냥 어둡고 우울하지 않았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이미 괜찮은 사람이어서,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시기에도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세상에 있는 작은 아름다움들을 포착할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가볍게 술술 읽히지만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되는 책이었다.

 

마음에 담는 문장들

 

*만화로 되어있는 내용도 있어 직접 책으로 읽어야 더 더 좋다!!!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을 잘 거를 줄 아는 사람

 

-조각을 모으는 시간을 간과해왔던 것 같다. 조각을 모으는 일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딱히 뭐라 설명하기도 힘드니까.

그래서 늘 '딴짓했다'라거나 '놀았다', '아무 것도 못 했다'라고 말해왔는데 요즘은 그 조각을 모으지 않으면 이야기를 쓰고 그릴 재료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할 말이 없어졌달까. 

몇 번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이제는 조금 확신하듯 말할 수 있다. 딴짓하거나 놀고 있는 게 아니라 조각을 모으고 있다고. 

그리고 이것도 알게 되었다. 조각은 모으기만 하면 안 된다는 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모은 조각에 먼지가 쌓이기 전에 뭐든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하는 것보다 다음에도 또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잘하는 것이 더 좋은 듯하다. 

완벽해지려고 하지 말고, 적당히 잘해야 한다.

다음에도 또 할 수 있는 것이 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오늘은 편지 봉투마다 적힌 제 이름에 눈이 갔습니다. 

제각기 다른 글시체로 쓰인 제 이름을 보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편지를 다 적고 겉면에 제 이름을 썼을 순간이 떠올랐달까요.

타인의 마음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것,

그것을 마주할 때마다 '힘내서 잘 살아봐야겠다'란 생각이 듭니다.

 

-별일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제 와보니 그런 모습은 저의 소중한 면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 모습을 잃는 듯한 기분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 언젠가 돌아오려니 하고 그저 기다립니다.

 

-솔직하고 담백한, 그 사람만의 색이 뚜렷한 글과 그림을 정말 좋아합니다.

저 역시도 이런 작업물을 만들고 싶지만,

역시 그런 작업물은 이미 그런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거라 

따라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멋진 타인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서글프지만

초라한 나라서 희망적이기도 해요.

나라서 그릴 수 있는 것도 있겠지..

 

-s언니와 오랜만에 만나 창경궁을 산책하다가 처마 밑에 앉아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언니가 해 준 이야기 중에 '오버뷰 이펙트'라는 개념이 있었는데, 그 얘기가 정말 좋았다.

우주에 다녀온 우주비행사들이 지구에 돌아오면 공허함을 느끼고 인생무상함을 느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지구 환경과 인류에 관해 더 관심을 갖고 소중하게 대한다는 얘기였다. 

온갖 일이 복작복작 일어나던 지구를 떠나 우주에 다녀오면 돌아온 곳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

그 얘길 듣는데 늘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는 돌아가 더 잘 살아내야지 생각하던 순간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