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4. 03:28ㆍ네번째 서랍: 문화 이야기/책을 읽다
3줄 요약
오랜만에 읽은 페미니즘 도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주요한 내용들을 한 권에 다 담아둔 책이다.
이 책 한 권으로 페미니즘의 역사부터 주요 이슈들과 핵심 개념들을 배울 수 있다.
성평등 의식이 떨어지는 개인은 도태될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성인지 감수성: 성별 불평등한 상황들을 민감하게 알아채는 능력'이 떨어지는 개인은 사회에서 도태될 것이다.
연애와 결혼도 어려워질 것이다.
직장에서도 문제되는 상황들을 겪게 될 확률이 높다.
시간이 흐르면서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은 것이 많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인간 취급하지 않았던 시대도 있었다.
부부 사이에 강간은 성립 자체가 안된다고 생각했던 때(1970년)가 있었다.
몰카, 야동, 리벤지 포르노라는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며 불법촬영과 디지털성폭력을 일삼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이런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그런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 '정상'인 시대는 지났다.
성평등 공부는 '여성'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다.
그런데 왜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을까.
성별불평등은 가부장제 문화에서 심화되는데, 가부장제 문화에서 누가 권력을 가진 자인가. 바로 남성이다.
여성의 인권이 올라갔다고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가부장제 문화가 공고한게 현실이다.
여성 임금에 대한 차별, 여성 임원 비율,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 가사 노동에 쓰는 남여 평균 시간 차이 등을 보면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여전히 성별에 따른 불평등이 심하다.
따라서 차별당사자인 여성들이 이야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차별 받지 않는 사람은 문제라고 인식하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여성들이 차별받고 있으니 남성들은 이 문제에 대해 눈 감고 모른척 하면 될까?
이 부분에 대해선 손아람 작가가 뼈 때리는 이야기를 했던 게 떠오른다.
'여성들을 차별하는 비용은 남성들이 치르게 된다고.'
여성들에게 연약할 것을 요구하면, 남성들은 위험한 일을 도맡아서 해야할 것이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에 제약을 줄수록 남성들의 경제부담은 증가될 것이다.
1장: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 톺아보기
1장에서는 페미니즘 역사를 간략하게 톺아본다.
페미니즘 운동은 서구에서 시작되는데 프랑스, 영국, 미국이 중요한 나라다.
제1의 물결은 18~19세기에 시작되었고, 성평등, 참정권(서프러제트 운동), 남성과 동등한 사회권리가 주요 의제였다.
"여성이 단두대에 올라야 한다면 연단에 오를 권리도 있어야 한다."
-올랭프 드 구주 <여성과 시민의 권리선언>
제2의 물결은 196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다.
남성과 동등한 권리만을 추구하던 페미니즘에서 사적인 영역으로 여겨진 친밀성, 재생산, 성폭력 등 섹슈얼리티 영역을 공적인 문제로 인지하고 변화시키고자 했다. 미국에서 제2의 물결을 '여성해방운동'이라고 하는 이유는 단지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제의 억압으로부터 여성해방을 꿈꾸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의 개선만으로는 뿌리 깊은 여성 억압의 문화가 변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40~42p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런 토양을 바탕으로 급진 페미니즘(radical feminism)은 1960년대 중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페미니즘을 이끌었다. 급진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억압이 세상에서 가장 뿌리 깊고 심오하다고 이야기한다. 성차별이 인종차별이나 계급차별만큼 인지되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 깊게 고착화되어 있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젠더 규범과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도전하고,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양했다 젠더를 사회적으로 구성하는 남성중심적 권력체계에 문제제기를 했다. 모든 남성에 의한 모든 여성의 제도화된 억압체계인 가부장제는 개선으로 해결되지 않고 성차별적 구조를 뿌리째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47~48p
"우리는 지금 당장 우리의 권리를 원한다."
-여성해방전선 <민주사회학생연합신문 뉴 레프트 노트에 제출한 성명서>
1980년대 보수 정권이 들어오고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며 페미니즘은 역풍을 맞기 시작한다. 이 시기를 포스트페미니즘이라고 한다. 전통적 가족 가치로 회귀하는 신보수주의의 영향으로 페미니즘이 공격받기도 했고, 동시에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대중문화는 여성의 성을 끊임없이 소비하고 왜곡된 페미니즘을 상품화한다. 페미니스트를 단순히 성적으로 당당한 여성으로 표상하면서 여성의 몸과 성을 볼거리로 제공하는 미디어의 재현방식은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를 확산시킨다. -54~55p
제3의 물결은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등장했다. 개인의 다양성과 차이를 주장하고 욕망을 표현하고 실현할 것을 제안하지만, 페미니즘 전통을 계승하려는 의지를 표명한다.
특히 1990년대 미국 페미니즘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인종문제였다. 페미니즘 내부의 백인 중심성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지며 여성들간의 차이를 고려하는 페미니스트 이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발전되었다. 개인의 정체성은 인종, 계층, 젠더 등이 다양하게 교차되고, 그에 따라 억압도 교차된다.('억압의 교차성') 이러한 억압구조('지배 매트릭스')는 고정되어 있지 않아 시간과 장소,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나는 한국에서는 여성으로서 받는 억압이 가장 크지만, 내가 외국에 나가게 되면 인종에 따라 받는 억압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지배 매트릭스에 따라 달라지는 교차성 구조가 정체성을 생산한다. -57~59p
"교차 패러다임은 억압이 하나의 근본적 유형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하며, 여러 억압이 부정의를 생산하는 데 서로 함께 작동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페트리샤 힐 콜린스, <흑인 페미니즘 사상>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 역사
1898년 9월 8일, 여성도 인간이라는 선언 <여권통문>이 <황성신문>에 실림.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작가였던 나혜석.
1927년 일제강점기 하에 만들어진 여성운동단체 근우회
일제강점기 한국 노동운동사 첫 번째 고공 농성자였던 강주룡.
박정희 독재 정권 하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알몸 투쟁, 인분 사건.
1950년대부터 진행된 호주제 폐지 운동. 2005년 호주제 폐지를 이뤄냄.
1983년 한국여성의전화 설립, 여성 폭력 추방운동 시작.
1991년 김부남 사건. 어린 시절 성폭행 했던 가해자를 성인이 되어 죽임. 성폭력에 관한 법이 없었던 문제.
이로 인해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함께 '성폭력 특별법' 제정 운동 시작.
1993년 국회 통과, 1994년 시행됨.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의 미투 운동.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여성혐오'에 의한 '여성살인' 명명.
2016년부터 해시태그를 붙여 문단 내 성폭력, 영화계 성폭력, 사진계 성폭력 고발 시작.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 운동.
탈코르셋 운동.
소라넷 폐지 운동.
N번방 사건 추적.
2장, 3장: 교육과 성평등
2장은 젠더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성평등 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짚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언들(제도적 기반, 교사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의무교육, 탄탄한 교육과정과 관련 교수자료 제공)이 제시된다.
3장은 페미니즘 관점을 통해 교육 내에서 드러나지 않은 성불평등과 젠더 문제를 논의하고 성평등 교육을 실천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존의 학교에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고 간주되었던 교육과정이나 사회적 관습, 전통, 문화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학교조직 문화, 의사 소통 방식, 위계적 서열질서 등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모든 수준의 교육은 남성과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을 돌보는 데도 함께 책임질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노딩스(Noddings, 2002)
하지만 그동안 학교는 사적 영역의 삶에 주목하지 않았다. 학교는 서열화된 이분법적 구도에서 상위의 가치를 지녔다고 간주되는 공적 영역에 대한 준비를 우선시했다. (...) 사적 영역의 삶에 요구되는 지식, 기술, 태도는 학교에서 준비하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혹은 쉽게 획득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적 영역에 대한 교육적 관심의 부재는 사회가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맡겨온 역할과 과제의 중요성을 손상시키거나 한 부분이 결여된 불완전한 존재로 학생들을 사회화시키는 등 여러 교육 문제를 야기시켰다. -118~119p
4장: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라는 여성운동
4장은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역사를 짚어보며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본다. 위안부 문제는 식민지와 제국주의, 전쟁의 문제이자 여성에 대한 집단적 성폭력과 인권침해의 문제기에 페미니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위안부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는 구조적 성폭력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여성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여성의 수치가 아니다.' '개인적인 정치적인 것이다.' 라는 것을. 위안부의 주요 피해자는 '식민지의 가난한 여성'이다. 식민지 사회의 민족, 젠더, 계급이 얽혀있는데 바로 이 세 가지가 '위안부'라는 존재를 만들어 냈고 피해를 발생시켰으며 개인의 경험을 구성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는 서구 페미니스트 교차성 이론의 핵심적 의미를 현장에서 이론화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1장 내용 복습ㅎㅎ)그러므로 위안부 운동은 여성운동에서 출발했을 뿐 아니라 시민운동과 페미니즘 이론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5장: 성적 자기결정권
5장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도록 도와준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헌법의 '행복 추구권'에서 파생되는 권리다.
'행복 추구권'은 누구나 자기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어 타인의 간섭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으며, 국가도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되고 더욱 보장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기결정권'이 이로부터 파생되고 여러 가지 자기결정권 중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사랑, 연애, 결혼, 임신, 출산, 성행동, 성정체성 등 성과 관련된 것을 타인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할 권리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중요한 이유는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주기 때문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개념이 없었던 때에는 '정조'의 개념으로 성폭력을 규정했다. 따라서 여성만 피해자로 규정했고, 피해자가 얼마나 정조를 지키기 위해 저항했는지 따졌다. 저항하다 피해자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피해자가 정조를 잃은 것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게 했고 이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또한 '아내 강간'의 개념이 성립하지 못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거부와 동의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선택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당사자를 존중해야 한다. 거부와 동의는 어떤 선택을 하든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모두가 항상 자신의 요구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거부할 것인지 동의할 것인지를 늘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모든 선택과 결정에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고, 그러므로 강요당하지 않아야 한다.
선택과 결정은 늘 번복이 가능하며, 번복되어도 존중받아야 한다. -234p
성교육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기본권임을 가르치고 성적 자기결정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와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한다는 것이 갑자기 청소년이 성욕이 늘어나 성행위를 마구 하게 만들지 않는다. 권리의 개념을 모른다고 성행위를 안 하거나 못하는 건 아니듯이. 권리를 통해 우리가 인식하게 되는 것은 바로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참아야 할 이유가 없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식하게 된다. 다시 말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알게 되면 성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대 신고를 하고 보호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알게 되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고 서로 합의된 성관계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236p
6장: 디지털 성폭력
6장은 먼저 디지털 성폭력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살펴보고, 현재 어떤 종류의 디지털 성폭력이 있는지 설명한다.
여성의 몸을 성적 이미지로 고착하고 대상화 한 역사는 길다. 하지만 인터넷과 기술의 발달로 1990년대 말부터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고 온라인에 유포하고 소비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디지털 성폭력이다. 기술이 발전할 수록 디지털 성폭력은 다양해지고 방대해졌다. 소라넷, P2P를 통한 불법촬영물 공유, 지인 능욕, 나체 합성, 아헤가오(성적 쾌락에 취한 표정으로 여성 희화화), 그루밍 범죄 등...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을 통해 드러난 웹하드 카르텔 구조도 충격적이다. 웹하드사와 웹하드 필터링 업체가 모두 양진호 회장 소유다. 웹하드사를 필터링 해야 하는 업체는 필터링을 하지 않고 음란물을 방치한다. 웹하드사는 음란물 업로더에게 돈을 주고 더 음란물을 올리게 한다. 웹하드 필터링 업체는 디지털 장의업체도 함께 운영하며 음란물을 삭제해주며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는다. 모두 한통속이 되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착취해 경제적 이득을 챙겼다. 웹하드 카르텔은 지금껏 남성들의 이득과 쾌락을 보장하는 구조로 공고하게 유지되어 왔다.
이런 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는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성적 규범이 강제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성은 항상 성적대상화 되며, 얼굴, 가슴, 엉덩이, 성기로 파편화 된다.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인식되지 않는다.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조신하고 정숙할 것'을 요구하며 동시에 평범한 여성을 '문란한 년'으로 만든다. 남성들은 이런 문화를 서로 공유하며 즐기고 연대한다. 불법 촬영물을 많이 제공할 수록 인정받는다.
7장: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아름다움
7장은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아름다움의 문제점에 대해 탐구한다. 성형과 다이어트 광고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꼭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 여성들은 남성들이 정해준 아름다움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뼈를 깎고 살을 깎아내며 평생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불만족한채로 살아가야 하는가. 그것이 정신 건강과 몸 건강에 얼마나 유해한지. 이렇게 남성들이 정한 미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성들이 고통받았던 문화들-전족, 코르셋, 하이힐 등도 떠올려 본다.
8장: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여성 비판적으로 보기
7장 후반부와 8장에서는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여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길 촉구한다. 미디어는 개인의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에 우리는 미디어에서 그리는 여성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분석해보고 성평등한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도록 싸워나가고 대안 문화들도 계발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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