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5. 16:20ㆍ네번째 서랍: 문화 이야기/책을 읽다
책과 만나게 된 계기
스피치 강의를 들으면서 정흥수 강사님이 시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시를 읊으시며 시에 자신의 마음을 푹 적시는 모습이 멋졌다.
나에게 시란 너무 어려운 공식 같았다.
외계에서 마음이 태어난 특별한 사람들만 창작하고 즐길 수 있는 일.
나는 다시 '시를 아는 마음'을 지닌 채로 태어나야지만 이해할 수 있는 세계라고.
하지만 시인이 아닌 강사님의 모습을 통해 평범한 나도 시를 즐길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나도 시를 읽고 싶다..!
책은 간간이 읽는 사람이었지만 시 서가는 없는 듯 지나쳤던 나에게 처음으로 생긴 시에 대한 관심이었다.
앤유카페에 점심을 먹으러 옹포리에 왔다가 밥 먹고 들릴 곳 없나 지도로 주변을 보던 중 발견한 달리책방.
여유있는 여행이 주는 큰 장점 중 하나는 여행지의 책방에서 한나절 늘어지게 책을 탐독하는데 시간을 흘려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음료를 시키고, 어떤 책을 읽어볼까 생각했다.
'시집을 골라야지'
그러다 눈에 들어온 책이 '시 읽는 법' 이었다.
시와 완전 초면인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다.
정처없이 시를 찾아 사막을 떠돌던 나에게 그 책은 오아시스 같았다.
'시 읽는 법' 책 소개
저자는 시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어서 시인이 아님에도 '시 읽는 법'이라는 무게감 있는 제목의 책을 내게 되었다.
그가 시인이 아니라는 게 나는 더 친근해서 좋았다.
나도 시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용기가 났다.
그는 좋은 길잡이였다.
시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던 나도 그의 손을 잡고, 그가 이끄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고 시가 좋아졌다.
얇은 책이지만 크게 5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다.
1.시가 뭘까?
2.시를 어떻게 읽을까?
3.영화로 읽는 시 이야기
4.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 읽기
5.역사로 시 읽기
1. 시가 뭘까?
이 챕터에선 시가 우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시의 운율에도 의미가 담겨 있음을 배웠다.
단어 하나, 여백 한 칸도 허투루 읽지 않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보는 것은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지만 시인은 이것을 의식하고 내가 어떤 대상을 왜, 어떻게 보았는지 스스로 자문합니다. 대상을 정확히 보았는지, 본다는 행위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보는 '나'는 어떤 존재인지, 계속 묻는거죠. 시란 이런 물음의 과정이고 탐구이고 그 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물음에 쉽게 답하고 안주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표현이고요. 그러니까 이 말은 시란 끝없는 질문이고 의심이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하 ㄴ끝없느 ㄴ회의를 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26-27p)
'시는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언어로 만드는거야' 시인이 쓰는 언어는 밀도가 좀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읽는 사람도 시인이 고르고 골라 아껴 쓴 언어를 민감하게 의식해야 합니다.' (28p)
'인생이 늘 시적인 건 아니지만 그 별 볼 일 없는 삶에도 시적인 순간은 있고, 그걸 붙잡을 때 우리는 시인이 되고 우리 인생도 시가 된다고 이 시가 가르쳐 주는 것 같습니다.' (33p)
2. 시를 어떻게 읽을까?
시의 비유와 운율이 주는 의미를 깨닫게 해준 장.
시의 특징=비유, 비유에는 직유법, 은유법, 대구법, 의인법 등이 있다...
이렇게 암기식으로 외웠던 개념이었다. 이번 장을 읽으며 왜 시에선 비유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비유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단숨에 어떤 상황과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낯선 비유를 통해 세상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보게 한다.
이 외에도 다른 특징들을 저자는 여러 시를 예시로 들며 설명한다.
인용된 단 몇 줄의 짤막한 시를 읽으며 눈물이 차오를 때도, 가슴이 타오를 때도, 고개를 주억거릴 때도 있었다.
시의 특징에 대해 가슴으로 배울 수 있었다.
3.영화로 읽는 시 이야기
3장은 시와 관련된 영화를 소개해주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일 포스티노], [시]라는 영화를 소개하며 그 속에서 시가 갖는 의미를 해설해준다.
유튜브에서 영화 소개해주는 영상 보면 20분이 순식간에 지나갈 때가 많다.
그것처럼 작가의 해설을 통해서 듣다보니 순식간에 3장이 지나갔다.
소개해 준 영화를 어서 보고 싶어졌다.
4.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 읽기
4장은 한 시인에서 시작해서 그 시인과 관련이 있는 다른 시인으로 확장해서 시 세계를 보여준다.
동양의 허난설헌에서 중국의 소설헌, 다른 세기의 이언진으로 이어지는 시 읽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현대 시인들도 이어진다.
윤동주에서 정지용으로, 일본의 이바나기 노리코로.
이들이 어떤 사연으로 이어지는지 궁금하다면 이번 장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거다.
5.역사로 시 읽기
모든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고민은 '나는 왜 살아가는가'일 것이다.
존재 의의에 대한 질문...
시인들은 묻는다.
'궁핍한 시대에 시인으로 왜 있는가?'
5장에서는 파란만장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작은 존재인 인간이 삶의 의미를 낙관하고 비관하고 투쟁하는 면면이 담긴 시들을 만났다.
2021년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나의 존재 이유와 내 삶의 방향은 살아있는 고민이다.
나보다 앞서 삶을 살아간 사람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장이었다.
'이문재 시인은 인류가 멸망하고 있는 지금, 시인은 타이타닉 호의 악사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해요. 지구가 파괴되고 인류가 망할 건 분명한데, 시인이 이 침몰을 막을 수는 없지만 침몰의 순간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도록,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조금은 결딜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래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요.' (194p)
마무리
이 친절하고 친근한 책의 마지막은 시와 더 친해지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을 소개하며 맺어진다.
시야 반갑다, 앞으로 너를 통해 새롭게 만나고 느낄 세상이 기대돼. 우리 평생의 좋은 친구가 되자:)
추천 도서
- 나의 삼촌 에밀리
- 말하라 모든 진실을
- 고독은 잴 수 없는 것(민음사)
- 디킨슨 시선
- 그 여자네 집
- 봄 밤
- 시 모음집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 시에 죽고 시에 살다
- 시시하다
-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
- 시를 읽는 오후
- 한 시의 성좌
- 우물에서 하늘 보기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시간성의 시학
- 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
- 시가 뭐고?
- 시집살이 詩집살이
- 현대시작법
- 이형기 시인의 시 쓰기 강의
추천 영화
- 영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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