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베트 공정여행-자연과 인간 앞에서 느끼는 경외

2020. 3. 24. 22:26창문 밖 풍경: 여행/해외 여행

페이스북에서 공정여행에 대해 알게 되었다. 티베트란 나라를 단순히 관광지로 생각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이드 분을 따라 공정여행 팀에 합류할 기회를 얻었다. 좋은 사람이 이끄는 팀엔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을 알게 된 여행이었다. 나도 더 좋은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걸, 하는 부끄러움이 남기도 한 여행. 그때의 기억들을 꺼내본다.

 


마니차를 돌리는 사람들 ⓒ정오의달

 

티베트 사람들의 대다수는 티베트 불교를 믿는다. 이들에게 신앙이란 삶과도 같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길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고 사원에 가면 자리를 잡고 계속 절을 하며 기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사원에는 불교 경전을 적어놓은 마니차란 원통형의 도구가 사원을 둘러싸고 있다. 사람들은 이 통을 돌리며 걷는데 이 통을 한 번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고 경전의 불력이 세상에 퍼진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삶의 모든 곳곳마다 종교가 깃든 그들의 문화를 보며 나 또한 종교를 가진 종교인으로서 그들의 몸을 던진 신앙심 앞에 숙연해질 때가 많았다. 

 


샤허 시내 풍경 ⓒ정오의달

 

거리에서 붉은 천을 두른 스님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티베트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일상생활을 하며 한복을 입는 사람들을 보기 힘든 우리와는 다르게 전통복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 들었다. 편의적인 측면을 생각한다면 어떨지는 모르겠다. 물론 전통복이 아닌 서양식 옷을 입기도 한다. 젊은 층일수록 전통의상보단 서양식 옷을 입고 있는 비율이 높았던 것 같다.

 


무엇이든 끝없이 펼쳐지던 곳  ⓒ정오의달

 

티베트는 어딜 가나 광활한 자연이 펼쳐졌다. 해발 4000m가 넘는 고지대여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들이 많았다. (동시에 저런 곳에 인간의 손길이 닿았다니, 싶은 곳도 있었지만.) 산들의 위세가 대단했으며 대지의 아량은 끝없이 이어졌다. 얼어붙은 호수는 끝없는 바다 같아 보였다. 우리는 그곳들을 말을 타고 거닐어보기도 했고, 두 발로 여러 시간 걷기도 했다. 훼손되지 않은 대자연 앞에 섰을 때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이 컸다. 우리는 산의 뒷모습을 보기 위해 몇 시간 묵묵히 걸어나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위에 올라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보기 위해 거센 바람과 아찔한 높이도 이겨내며 위로 올랐다. 그리고 자연은 그 수고로움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용맹함이 느껴지는 티벳에서 만난 강아지 ⓒ정오의달

 

고산지대에 추운 날씨 때문일까 털이 더욱 두터워 보이고 얼굴 표정도 엄근진한 티베트 강아지. 

 


토마토와 계란의 환상 궁합 ⓒ정오의달

 

중국에서는 토마토 계란 볶음이 반찬 메뉴였다. 그 당시의 내게 토마토를 반찬으로 먹는다는 것은 너무나 생소한 일이었다. 하지만 처음 맛본 토마토 계란 볶음은 그동안 토마토를 후식으로만 생각했던 나를 후회하게 만들었다. 이걸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고정관념 이 녀석한테 속았어! 엉엉. (손을 뻗으며)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했다 토마토야!! 앞으로는 잘 할게. 토마토 계린 볶음은 티베트 여행 중 내 최애 메뉴가 되었다. 

 


한 땀 한 땀 정성이 깃든 만다라 ⓒ정오의달

 

박물관에서 티베트와 불교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배웠다. 지금은 기억이 거의 나지 않아 적을 글이 없어 민망하지만. 여행을 가서 종종 투어를 신청해서 여행지에 대해 지식을 습득하고 여행지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나의 문제라면 그 순간 듣고 잘 잊어버린다는 것. 아니, 이건 나뿐만 아닌 모든 인간의 특성이지 않나? 우리의 뇌는 반복해주지 않으면 바로 기억의 조각을 폐기 처분해 버린다.(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잔인한 녀석..) 그래도 그 순간엔 분명 알아서 더 좋았을 테니 그 순간의 내가 행복했다면 된 거 아니겠어, 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위로해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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