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태국-평화와 여유가 깃들었던 사랑스러운 섬 꼬창(4)

2020. 3. 24. 22:22창문 밖 풍경: 여행/해외 여행

마지막 산책길 ⓒ정오의달

 

꼬창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우리는 느지막이 일어나 어젯밤의 추억이 깃든 띵똥 바가 있는 시내로 다시 한번 가보기로 했다. 해안을 따라 부드러운 모래의 촉감을 느끼며, 바다의 잔잔한 소리를 들으며. 바닷가를 따라 들어선 다양한 숙소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해변과 이어진 사이사이 길을 지나다 보니 띵똥 바가 있던 곳에 도착했다. 어젯밤의 그 소란스러움은 해가 뜸과 동시에 땅에서 자취를 감추고 동네는 내가 어제 왔던 그곳이 맞나 싶게 고요했다. 유흥이 있는 곳일수록 낮의 얼굴과 밤의 얼굴이 많이 다르다. 어렸을 때 친척들이 한 데 모여 시끌벅적하게 놀다가 모두 떠나고 혼자 남으면 유독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들었던 것처럼 어제는 분명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렸던 그곳에 아무도 보이질 않으니 그 공간이 더 허전하고 적막하게 느껴졌다. 나는 건전한 마음이 되어 근처 카페에서 차 한 잔을 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한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죽은 줄 알고 깜짝 놀랐던 떡실신 고양이 ⓒ정오의달

 

돌아가는 길에 길가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나무 밑에서 온 몸을 쭉 뻗은 채 누워있었다. 한국에서 살며 나는 이런 고양이를 길가에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죽은 고양이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녀석 죽은 게 아니라 세상모르고 잠든 거다.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배를 까고 게다가 내가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눈도 꿈쩍 않고 잘 수 있다는 게 문화충격이었다. 태국에서 동물들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학대받지 않고 평화롭게 생긴 대로 살아도 되는지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공항으로 가는 길 버스 안에서 바라본 해질녘 풍경 ⓒ정오의달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K와 나는 잠시 떨어져 다른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3박 4일 동안 함께 먹고 자고 웃고 떠들었지만 돌아가는 길엔 그래서인지 각자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도 침묵에 잠긴 채 지는 해가 만드는 고요한 풍경을 감상했다.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오묘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 슬프기도, 조금 아련하기도, 조금 가라앉기도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여행의 마지막에 어울리는 마음이었다.

 

(Fin.)

 

*게시글 내 이미지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copyright ⓒ 지랭.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