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태국-평화와 여유가 깃들었던 사랑스러운 섬 꼬창(3)

2020. 3. 24. 22:21창문 밖 풍경: 여행/해외 여행

아름다운 바다에서의 스노클링 ⓒ정오의달

 

이틀 동안 별다른 일정이 없었던 우리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있었던 일정은 스노클링 투어였다. 투어가 있는 날은 아침부터 부산스럽다. 난생처음 하는 스노클링이었기에 물고기를 눈 앞에서 본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어떤 기쁨 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막연한 미지의 것에 대한 설렘을 안고 승합차에 올랐다. 승합차에서 내려서 나무로 만든 수상 선착장을 거쳐 배에 올랐다. 다행히 날씨는 매우 쾌청했다. 에메랄드 빛 바다가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먼 바다에 나가 우리는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가이드의 손에 이끌려 바다의 세계로 몸을 담갔다. 우리의 손아귀엔 축축한 젖은 빵 덩어리가 조금씩 쥐어져 있었다. 그 쪼가리가 이 바다에 있는 수많은 물고기를 불러 모을 열쇠였다. 고작 몇십 센티 밑 바다로 머리를 담갔을 뿐인데 내 앞에 펼쳐진 세계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수없는 은빛 물고기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나는 항상 한 때 생명을 지녔던 존재로 만났던(...) 이 아이들의 넘쳐흐르는 생명력에 놀랐고 그들이 한 치의 두려움도 없이 내 곁으로 다가 올 때 조금 두려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도 순간에 사라질만큼 살아있는 존재와의 만남은 너무도 짜릿한 것이었다. 내 손에 빵 조각이 다 떨어져 갈 때쯤 건장한 가이드 청년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에 이끌려 바다를 유영할 때 내 주위로 물고기들도 함께 춤을 췄다. 생애 첫 스노클링은 거짓말처럼 황홀했다.

 


 

불타오르는 마지막 날 밤 ⓒ정오의달

 

스노클링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다 갔다. 물놀이란 게 상당한 체력을 소모하는 활동이라 컨디션이 저하된 우리. 숙소에서 그냥 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오늘이 꼬창에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밤이란 생각에 기운을 내서 꼬창에서 핫한 곳이라는 띵똥 바에 갔다. 띵똥 바라니 너무 귀여운 어감의 말 아닌가. 그런데 태국말로 띵똥은 정상이 아닌, 미친, 또라이(...)라는 뜻의 말이라고 한다. 그래 설마 술집 이름이 벨 소리의 띵동 띵동이겠어, 그쪽이 더 잘 어울리네- 라며 우리는 그럼 그렇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 밤은 미친 사람처럼 즐겨보자! 그리고 우리는 길가에서 산 망고 찰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게 가능했던 건 이 띵똥 바가 처음부터 미친 사람들이 모인 것처럼 와아아앜 하는 게 아니라 라이브 연주를 감상하며 고상하게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먼저 시원하게 오픈되어있는 평상 위 테이블에 앉아 알전구가 반짝반짝 빛나는 하늘 아래 라이브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시키고 안주로 망고 찰밥을 곁들였다. 그렇게 음악과 함께 낭만적인 밤을 즐기다 보니 한편에선 불쇼가 시작되었다. (여기 프로그램이 어마어마한데?) 점점 이름에 걸맞은 바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웨이터가 프리라며 버켓에 담긴 칵테일을 서비스로 줬다. 남이 주는 거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데, 망설이는 찰나 괜찮은 거라며 웨이터가 먼저 칵테일을 마셔보인다. 그래서 칵테일을 곁들이며 분위기를 즐겼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을 향해가고 바 한편에선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리도 흥에 겨워 함께 어울려 춤을 췄다. 그렇게 놀다 보니 새벽 3시쯤. 우리는 이제 집에 돌아갈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시내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였지만 이 밤중에 길을 걸어가는 건 무서운 일이었다. 썽태우가 있겠지..? 라며 걱정을 하던 중 웨이터가 자신의 오토바이로 숙소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겁도 없이 냉큼 그 오토바이를 얻어 탔다. 절대 혼자였으면 못했을 행동이지만 둘이어서 가능했던 행동이었다. 차갑고 습한 밤공기를 맞으며 오토바이가 구불구불한 길을 달렸다. 이상한 곳으로 가면 어떡하지, 순간 서늘한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쯤 오토바이는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는 우리 호텔 앞에 도착했다. 그제야 그의 친절함의 진실성을 확신하게 된 우리는 그에게 웃음을 지으며 컵쿤카- 두 손 모아 인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여행자들에게 이런 행동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 진실성이란 걸 지속적이고 영구적인 것으로 믿어버리기에 나는 그를 너무 모르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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