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치앙마이-내 인생 도시와의 첫 만남(1)

2020. 3. 24. 22:28창문 밖 풍경: 여행/해외 여행

나의 첫 해외 자유여행을 함께 했던,

함께 태국이란 나라와 사랑에 빠졌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우리 같이 태국에 열 번 오자!' 약속했던,

나의 태국 여행 메이트 K와 함께 두 번째 태국 여행길에 올랐다.

 

 

 

태국에도 갈 곳은 무수히 많지만,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은 치앙마이였다.

지금은 치앙마이가 매--우 유명한 도시지만 2016년만 해도 아직은 낯선 느낌이 있는 도시였다.

첫 태국 여행에서도 방콕보다는 꼬창이라는 작은 섬을 택한 우리에게 태국 북부의 초록 초록한 작은 도시 치앙마이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리고 치앙마이에 가기 위해서 방콕에서 기차를 탈 예정이었기에 저번 여행 때 포기했던 방콕도 구경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카오싼로드로 가던 지름길 ⓒ정오의달

 

방콕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큰 도시여서 놀라웠다. 동시에 곳곳에 있는 태국 전통 사원들의 모습이 방콕을 그저 현대화된 도시로만 느껴지지 않게 해 주었다. 여행자들의 거리인 카오싼로드 근처의 숙소에서 며칠 동안 묵으며 사원 구경도 하고, 거리를 걷기도 했는데 거리에서 망고 하나 사 먹어도 행복하고, 바닥에 눌어붙어 꼼짝도 하지 않는 개들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카오싼로드의 낮과 밤의 이미지가 다른 게 기억에 남는다. 낮에는 가게들도 거의 다 문을 닫고, 허름하고 한산한 거리에 망고 파는 노점 수레 하나만 덩그러니 있기도 했는데 밤만 되면 그 거리가 사람들로 넘쳐나고 불빛들과 소음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싱싱했던 천일홍 ⓒ정오의달

 

유람선을 타러 가던 날엔, 꽃 시장에 들러 친구는 스타티스, 나는 천일홍을 사서 배에 올랐다. 잠시 머물고 떠나야 하는 여행지에서 두고 봐야 하는 꽃을 산다는 건 경제적이지 않은 소비였지만, 그건 우리가 더 이상 경제적인 것만을 따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그건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사실 우린 그 꽃을 한국에까지 들고 올 생각을 했었다. 경제적인 걸 다 버리진 못했..특히 나... 천일홍 꽃송이를 한 포대 사서 집에 돌아와서 리스 만들 때 사용하려고 생각했다. 결과는? 들고 다니다 곰팡이 나서 다 버림.)

 


 

유람선입니다. 우리가 탄 배는 아니었지만 이게 멋져서 찍었습니다. ⓒ정오의달

 

유람선은 기다릴 때부터 설렜다. 왜냐하면 유람선 티켓을 보여주자 우리의 가슴에 꽃을 꽂아주었기 때문이다. 아, 나 이제 유람선 같은 거 타는 특별한 귀인이라고요?(으쓱) 

우리는 모두 가슴팍에 꽃을 꽂은 채로 우리가 탈 유람선을 기다렸다. 

선착장에 화려한 유람선이 들어왔고 음악도 연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환호하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타는 배가 아니었다. 우리가 타는 배는 이 배보다 조금 덜 화려했지만 유람선 위에서는 내 배가 보이질 않으니 상관없었다. 우리는 같은 강 줄기를 따라 이동하고 같은 금빛 사원을 구경했다. 외국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둠 속에서 왕궁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플래시로 얼굴이 새하얗게 다 날아가버렸지만 그게 또 추억이 되었다. 여행은 모든 것을 괜찮게 만들어주는구나.

 


 

방콕에서 보통의 여행자들이 할 법한 일들- 왕궁과 사원 구경, 유람선 투어, 수상마을 투어, 마사지 등등을 다 하고 우리는 보통의 여행자들이 하지 않을 일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치앙마이행 3등석 기차를 타는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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