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욕망하며 살아가는가

2021. 2. 5. 00:23첫번째 서랍: 나의 믿음/묵상

1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자세히 보고 우리의 손으로 만진 바라 
2 이 생명이 나타내신 바 된지라 이 영원한 생명을 우리가 보았고 증언하여 너희에게 전하노니 이는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가 우리에게 나타내신 바 된 이시니라 
3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너희에게도 전함은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누림이라 
4 우리가 이것을 씀은 우리의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 함이라 

(요한일서 1:1-4)


교회 목사님께서 공동체 모두에게 추천해주신 신앙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수련회에서 강의 듣는 느낌으로 시작했는데 첫 강의부터 내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는 일, 돈, 건강, 인간관계, 시간을 자신이 주도권을 가진 채 살아가길 욕망한다. 

5가지 요소가 안정적일수록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부터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자아 존중의 욕구, 자아 실현의 욕구까지 모두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불가능하다. 

5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되기란 어렵고, 이 요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 가지 요소만 삐걱거려도 다른 것들이 함께 무너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5가지 요소가 충족된다해도 사람의 욕망이란 끝이 없다. 만족하지 못하고 또다시 결핍을 느낀다. 

 

나 또한 어느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일, 돈, 건강, 인간관계, 시간에 있어서 이정도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며 내 인생은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일, 돈, 건강, 관계, 시간이 사라지면 내 인생이 불행해 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은 편이었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일까..? 내가 바라는 인간상과 나는 달라서 나는 끊임없이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도록 수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의 나에게 신앙이란,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게 하는 지표이자, 수련의 수단이었단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했다.

 

세상에서는 그런 욕망을 나쁜 욕망이라고 하지 않는다.

좋은 직업을 갖고자 하는 욕망, 돈에 대한 욕망, 건강에 대한 욕망, 인간관계에 대한 욕망,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자 하는 욕망,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자연스러운 욕망이고 나쁜 게 아니라고.

 

하지만 성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너희 자신을 종으로 내주어 누구에게 순종하든지 그 순종함을 받는 자의 종이 되는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로마서 6:16)"

 

돈을 욕망하면 돈의 노예가 된다. ⓒ 픽사베이

 

내가 욕망하는 대상이 곧 내가 되어, 나는 그 욕망의 종이 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직업을 욕망하면 그 직업이 곧 내가 된다.

내가 좋은 직업을 가지면 가치있는 사람이고, 그렇지 않은 직업을 가지면 가치 없는 사람이 된다.

내가 돈을 욕망하면 돈이 곧 내가 된다.

내가 돈이 있으면 가치있는 사람이고, 돈이 없으면 가치 없는 사람이 된다.

내가 건강을 욕망하면 건강이 곧 내가 된다.

내가 건강하면 삶이 의미있고, 건강하지 않은 삶은 의미가 없다.

내가 인간관계를 욕망하면 인간관계가 곧 내가 된다.

내가 인간관계를 잘 쌓은 사람이면 가치 있는 사람이고, 인간관계가 보잘 것 없다면 가치 없는 사람이 된다.

내가 시간적 여유를 욕망하면 시간적 여유가 곧 내가 된다.

내가 시간적 여유가 없이 살아가면 내 삶은 괴로운 삶이고, 시간적 여유가 있이 누리며 살아가면 행복한 삶이다.

어느 것 하나 영원하지 않은 것들인데, 

그것이 내가 되버리는 순간 내 정체성은 위태로이 흔들리게 된다.

 

분주한 삶을 살아가다 문득,

우리는 결핍과 공허를 느낀다.

삶의 고통 앞에서 문득,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묻고 싶어진다.

끊임없는 우리의 욕망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 우리의 삶에 있어서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해주는 짧은 애니메이션, Happiness.

ⓒ Steve Cutts

성경은 말한다. 

우리는 직업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건강하지 않아도, 인간관계가 훌륭하지 않아도, 시간이 없어도 무가치한 존재가 아니라고.

그런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 될 수 없다고. 

우리의 정체성은 하나님의 소중한 자녀라고.

우리의 삶의 목적은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사귀며 그분을 더욱 풍성히 누리는 것이라고.

그 안에서 우리는 항상 결핍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삶 속에서 평안을 누리며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그리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고유한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고유한 부르심-소명을 발견하는 거라고.

그 소명을 이루며 살아가는 삶을 욕망하며 살아가는 거라고. 

 

내 마음을 다시 들여다본다.

나는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자아실현의 욕망.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던 건 아닌지. 

내 욕망을 내려놓고, 

5가지 요소를 채우기 위한 기도는 내려놓고, 

내 안에 계신 성령님께서 나를 다시 새롭게 깨우쳐 주시기를, 

삶의 진정한 목적에 다시 눈을 뜨고, 내 삶을 다시 새롭게 세워 나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