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교육 수업 실천 사례 1: 학생들의 성평등 인식 조사하기

2020. 6. 19. 10:47두번째 서랍: 페미니스트 교사/현장, 실천이야기

학기 초에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성평등 인식 조사 설문을 실시하였다.

저학년용과 고학년용으로 나누어져있다.

 

 

 

*설문지 자료출처:초등성평등연구회

 

초등 고학년 성평등 인식 조사.pdf
0.08MB
초등 저학년 성평등 인식 조사.pdf
0.06MB

 

 

*엑셀 파일 출처:지랭

 

성평등인식조사결과(예시).xlsx
0.01MB

 

 

설문을 완료한 후에 엑셀파일에 정리하며 현재 우리반 학생들의 상태를 진단해보았다.

(표본집단: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나오지 않은 학생 7명 제외, 2학년 학생 남자 10명, 여자 9명)

 

고정관념이 들어있는 10개의 문항 중에 고정관념에 '아니오'라고 평균적으로 대답하는 문항은 고작 1개였다.

전체 문항 중에 강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문항은 4개, 나머지 5개의 문항도 고정관념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거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기에 고정관념이 있는 문항에 '보통'을 택한 것으로 생각된다. 

 

고정관념이 강한 문항들은 다음과 같다.

 

-아기를 돌보는 일은 아빠보다 엄마가 더 잘 한다.

-간호사는 여자가 하는 일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꼼꼼하다.

-남학생은 씩씩해야 하고, 여학생은 얌전해야 한다.

 

학생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에서 아기를 더 돌봤던 것은 엄마였고, 간호사는 거의 여자였기 때문에 저런 답이 나왔으리라 생각된다.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실제로 아빠가 아기를 잘 돌보는 모습, 남자 간호사의 모습들을 많이 보여줘야 한다. 다른 문항- '경찰관은 남자가 하는 일이다'는 '간호사는 여자가 하는 일이다'와 다르게 고정관념이 낮았다. 여자 경찰관의 모습은 남자 간호사에 비해 훨씬 접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경찰청 공식 경찰관 마스코트 '포돌이 포순이' 

 

직업을 표현하는 캐릭터에서도 경찰과 간호사는 차이를 보였다.

경찰 캐릭터는 20여년 전부터 여남 함께 포돌이 포순이로 제시되었다.

물론 포순이의 이미지가 치마를 입고 있고 단발머리인 점은 지금에서 생각하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최근 기사를 보니 포순이의 캐릭터를 바지를 입고 헤어스타일도 새롭게 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시대에 맞춰 성고정관념을 바꿔가는 움직임이 보인다.

▼관련기사

 

그러나 대한간호협회의 간호사 공식 캐릭터는 20여년 전인 2000년부터 2014년까지는 여자밖에 없었다. 

 

2000~2014년까지의 간호사 캐릭터 '간호박사'

 

2014년에서야 새롭게 캐릭터를 공모하여 현재는 여남 모두 간호사 캐릭터로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름이 남자 캐릭터 '믿음이' 여자 캐릭터 '사랑이'인 점은 탐탁치 않다.

역시나 여자 캐릭터는 치마를 입고 있다. 실제로 치마보다 바지를 입는 경우가 훨씬 더 많고 직무에도 적합한데 말이다.

 

2014년 이후의 간호사 캐릭터 '믿음이 사랑이'

 


-여자가 남자보다 더 꼼꼼하다.

-남학생은 씩씩해야 하고, 여학생은 얌전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학생들이 평소에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이기에 고정관념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바가 아이들에게 전달되어 아이들의 생각 속에서도 이런 고정관념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별 생각없이 하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고정관념에 문제의식을 강하게 느끼지 못하고 '보통'이라고 답한 문항은 다음과 같다.

 

-남자가 자주 우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다.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더 예쁜 말을 써야 한다.

-집에 돈을 벌어오는 것은 남자의 일이다.

-밤늦게 밖에 다니면 여자는 남자보다 더 위험하다.

-경찰관은 남자가 하는 일이다.

 

고정관념이 없는 편인 단 하나의 문항은 다음과 같다.

 

-남학생이 여학생을 좋아하면 놀리거나 괴롭힐 수도 있다.

 

나는 이 결과가 '폭력예방교육의 효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남학생이 여학생의 치마를 들추거나, 괴롭히는 일들이 '좋아해서' 그런 거라는 말이 통용됐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대한 모두의 인식이 높아지고, 학교에서도 끊임없이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정기적으로, 강조해서 실시한다.

비록 학교폭력예방교육이 폭력을 전부 막을 수 없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묘한 방법으로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들도 있긴 하다. 그래도 공식적으론 이제 누구도 '좋아해서 널 괴롭힌거야.'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더 이상 피해를 당한 학생의 입장이 아닌 가해한 학생의 입장에서 '그런 의도가 아니었으니 폭력이 아니다' 라는 관점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괴롭히는 건 잘못된 일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면에서 교육의 힘을 믿는다. 

한 해 동안의 성평등 수업을 계기로 우리 반 학생들의 고정관념이 변화해서 다시 학기 말에 설문조사를 했을 땐 보다 나은 결과를 받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결과 훗날 공유할게요!) 

그리고 아이들이 머리로만 정답을 이야기하고 실제 삶은 다르게 살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회도 부지런히 성평등한 방향으로 변화해주기를!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성평등한 삶의 모습을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 나간다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결과 분석을 통해 성평등 인식이 낮은 학생들을 체크하여 인식이 바뀔 수 있는 계기들을 일상 속에서, 수업 속에서 조금 더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