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한, 가 by.무과수

2022. 3. 1. 19:26네번째 서랍: 문화 이야기/책을 읽다

 

안녕한가책표지
안녕한가/무과수

 

부산여행 중 남포동의 [남포문고]에서 만나게 된 책.

오늘의 집 에디터로 일하는 저자의 직업을 보면 인테리어에 대해 다루는가 싶지만 아니다.

저자는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위로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4년 간의 일상 기록을 통해.

책을 펴면 한 페이지는 사진, 그 옆에 짧은 에세이 형식이라 부담없이 술술 읽기 좋았고, 저자의 사진도 아날로그의 따스함이 담긴 느낌이어서 참 좋았다. 그래서 이끌리듯 사게 된 책이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도 일상의 기록을 해보고 싶어졌다.

매일매일 필름 사진을 한 장씩 찍어봐야겠다.

그저 흘려보내면 아무것도 아닌 시간들이 되지만 사진을 남기고 짧은 단상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전혀 다른 미래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영감이란 것이 예술가에게나 필요하지 나같은 직장인에게는 필요한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모든 삶에는 영감이 찾아온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쓸모가 있지 않더라도 그것은 빛나는 원석이다.

삶의 영감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간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그런 순간보단 영감의 영짜도 코빼기도 뵈지 않는 소소한 일상이 많을 것이다.

별 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속에서 감탄과 감사를 발견하는 삶이고 싶다.

 

마음에 담는 문장들

 

불행

죽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결과가 아니라 현상이나 상태일 뿐.

그래서 나는 불행도 단순히 불행이라 치부하지 않는다. 그냥 그런 것일 뿐이니까.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무엇이든 또 그렇게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복숭아

장을 보러 마트에 들렀는데 형형색색의 과일 중 천도복숭아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두 알을 바구니에 골라 담앗다. 조금 딱딱한가 싶어 고민하며 샀는데 칼이 부드럽게 파고든다. 느낌이 좋다. 껍질째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아, 이보다 더 적당하게 익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달달하고 상큼하고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문득 제철을 더 잘 챙기며 살 수 있기를. 허겁지겁 주어지는 대로 살지 말고, 내가 먼저 앞장서 계절을 마중 나가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봄날

어쩜 이리도 날씨가 포근한지. 뭉게구름 속을 걷는 기분이 들어 자꾸만 웃음이 난다. 바깥을 나서는 순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 발 두 발 경쾌하게 내딛는다. 문득, 지난 겨울에 무엇이 그리도 힘이 들었는지 떠올려보려 했지만 아무리 애를써도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계절을 들여다보면 때에 따라 피고 지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왜 나는 매번 피어있으려 그리도 애를 썼나 싶어 괜히 머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