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맛 by.우종철

2022. 3. 3. 17:21네번째 서랍: 문화 이야기/책을 읽다

사진의 맛/ 우종철

앞서 읽은 책은 사진에 대한 기술적인 기초를 익혔다면 이 책은 찍는 자로 살고 싶은 이라면 꼭 생각해봐야 할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사진가의 마음가짐에 대한 책. 이 책으로 단순히 기술로서의 사진을 뛰어 넘은 개인성과 의미를 담는 사진이라는 예술의 세계로 한 발 내딛을 수 있다.

 

▼ 앞서 읽은 책.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책 리뷰 글 참고.

2022.03.03 - [네번째 서랍: 문화 이야기/책을 읽다] -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책 by.유환준


이 책을 읽고 나선 ‘기술적으로 멋진 사진’을 찍어야 겠다는 마음 보단, 내게 오래 들여다 보고 싶은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라는 뷰파인더는 무엇을 담고, 바라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내 삶을 더 사랑하게 되고,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더 소중해지고, 내가 몸 담고 있는 세상이 더 경이롭게 느껴진다. 
사진이 더 좋아졌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찍는 사람으로 살겠다. 

 

마음에 담는 문장들


가만히 빛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겨울의 태양이 다르고, 여름의 태양이 다르며, 빛 한자락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어둠 속에도 사진적인 빛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공기, 바람, 습도, 안개, 소리도 함께 녹아 있습니다. 빛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들과 섞여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하나로 묶어 저는 ‘분위기’라 말합니다. 어쩌면 사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라기보다 이 분위기입니다. 분위기는 빛을 포함해 사물을 총체적인 감각으로 직관하는 대상입니다. 사진가는 이 분위기를 찍을 수 있어야 합니다.(131p)

기술적으로 잘 찍거나 사진의 프레임을 세련되게 만드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해결될 문제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아니라 마음으로 찍는 사진은 처음부터 태도를 만들지 않으면 점점 더 멀어지고 어려운 것이 되고 맙니다. (136p)

사진을 찍기 위해 어딘가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느낌이 왔을 때 사진 찍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카메라는 내 몸의 일부분, 삶의 일부분이 되어야 합니다. 사진을 위한 사진이 아니라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은 하나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내게로 다가오는 그 순간 자체가 중요합니다.(189p)

다음으로는 다른 사람의 사진에서 이 분위기라는 걸 느껴 보는 것입니다. 사진도 다른 예술 행위처럼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찍어야 좋은 것이 만들어집니다. (…) 작가의 마음이 되어 촬영 순간을 연상하고 찍히지 않은 부분들까지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사진 속의 공간에 실제로 서 있는 것처럼 작가의 마음이 되어 그곳의 분위기를 상상하고 느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분위기를 느끼며 내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고 있다 상상해 보면 책 속의 사진들이 더 생생하고 친밀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타인의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다양한 공간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좋은 훈련이 될 것입니다. 

“사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찍는 것이다”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서는 것이 사진의 출발입니다.(157p)

사진을 찍기 전에 개성 있는 자기 자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운 일입니다. 사진이 아니라도 우리는 삶 자체에서 이 부분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삶이 어렵듯 사진도 그러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진정한 사진은 결국 삶을 대하는 개인의 태도에서 나옵니다.(161p)

사진가는 어떤 장소에서든 자신의 눈으로, 자신만이 포착할 수 있는 인상적인 요소들을 발견해 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주의 깊게 사물들을 살펴보고 움직임을 관찰하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유용한 도구의 하나로, 혹은 긴 인생살이의 시름을 달래줄 좋은 벗으로 오랫동안 사진기를 가까이 하고 싶다면, 대상을 쫓아다닐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소중한 것들을 향해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대상은 무엇일까요?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가 잘 아는 것들, 혹은 알고 싶고 궁금한 것들입니다.(179p)

 

사진가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보는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사진가의 의식이 아니라 사진 속의 대상물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공명이 있어야 합니다. 상징이든 은유든 이미지 자체가 발산하는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진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먼저 자신을 감동시키는 한순간을 발견해야 하며, 한편으론 그 순간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한 초연함을 결국 사진가를 좀 더 순수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생각, 의도, 깊이, 철학, 고민은 평소에 해야 합니다. 일상으로 품는 우리의 의식이 한 개인의 감수성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이 곰삭아 내면을 만들고 무의식을 만들어 냅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생각을 버리고 그저 우리의 내면이 만든 마음의 눈에 의존해야 합니다. 이것이 직관입니다. 직관으로 찍은 한 장의 사진에는 자연스럽게 한 개인의 내면이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쉽게 간파되지 않는 것이고, 단순하게 말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며, 상상력을 자극하며 신비로움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개인성입니다. 모든 인간,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신비로운 것입니다. 다만 모든 존재의 근본이 우리의 의식에 의해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