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by.홍민지

2022. 5. 4. 17:47네번째 서랍: 문화 이야기/책을 읽다

꿈은   없고요 ,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 by 홍민지

 

 

동년배 이야기가 갖는 

그래서 나는 무엇이든 좀 헐렁하게 시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처음은 무조건 근사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내가   있는 일의 범위가 훨씬 넓어진다.(68)

 

홍민지PD 내가 매주 꼬박꼬박 목요일만 되면 유튜브에 들어가서 챙겨보는 프로그램인 <문명특급> PD. 저자는90년대 생으로 80년대 후반 생인 나와 비슷한 동년배다.  책은 저자가 '특출난 재능' 갖춰 '최고' 되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경쟁을 통해 1등으로 살아남기' 서사가 각종 매체에서 차고 흘러넘치던 시대에서 어떻게 '특출난 재능 없이도', '최고' 되지 않고도, 경쟁을 '포기'하고도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인생 에세이다. 책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 오랜경험과 지혜를 쌓은 대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유익하지만, 나와 비슷한 과정을 현재진행형으로 거치고 있는 사람의이야기를 듣는  왜인지 가슴이 갑자기 복받치며 안구에 습기를 차게 만드는(ㅎㅎ) 일이란 것을 느꼈다. 

 

적당히 살면서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

"잘하는 것을 하면 돼 "라는 태연한 한마디에 괜히 배신감이 들고 위축된다면, 나처럼 못하는 것부터 지워가며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잘하는걸 억지로 찾으려다 보면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 또 잘하는 걸 더욱 잘하려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206)

 

저자는 잘하는  억지로 찾기보다 못하는  지우는 방식으로 자신이  일을 찾았다. 저자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은 가볍게 포기하는 삶을 살았지만 자신이 재밌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 때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에 몰두했다. 물론 치열하게 한다고 그만큼의 결과가 항상 따라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문명특급> 이룬 성과는 그런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긴 했다. 나는 항상  지점에서 망설이게 된다. 나는 '치열하게' 사는  너무 어렵다. 치열하게 살지 않아서 대단한 발전은 없는데 그럭저럭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직장생활을 한다.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고 해도 '치열하게' 챙겨먹이고 돌볼 생각은 (현재로선) 없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살자는게 기본 마음가짐이라 시부모님은 항상 우리 부부를보시곤 '너흰 너무 욕심이 없어서 걱정'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때로 나는 너무  편하게 살아가고 치열한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살아가는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문명특급> 해도 제작진의 치열한 고민과 제작 열정 덕분에나는 매주 손가락 클릭  번으로 꿀잼 컨텐츠를 목요일마다   있는 것이다. (싸랑해요 문명특급...) 내가 열정인들을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은 내가 못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같다. 적당히 살면서도 세상에 도움되는 삶은 정녕 없는 것일까. 

 

내가 나아가고 싶은 

혼자 살아보려고 일할 때보다 오히려 성취감이 크다.(...) 예전에는 개인의 성취를 위해 일했다면, 이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까지 더 좋은 평가를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타인을 위해 일하는 지금이 과거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186)

 

아직 내가 누군가를 담을 그릇은 안된  같지만 나도 이제 직업 현장에서 리더의 역할이 언제 주어져도 이상하진 않을나이가 되었다.  친구들 중에는 여럿이 부장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고. 나는 학창시절 초등학교 2학년 때의 부반장 경험을 끝으로 나서서 리더 역할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대학생  동아리 회장을 하긴 했는데 그건 기독교 동아리여서천사같은 동기들 덕분에   있었던  같다.ㅋㅋㅋ 기본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는 조직의 리더 역할을 하는 심히 부담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아이로 머물  없듯이,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어른답게 살아가야  책임이 주어지는 것처럼. 내게 어느  그런 자리가 온다면 마냥 피하기보단  자리에서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괜찮은 의미를 발견해낼  있다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본업을 존중하는 마음

자신의 본업을 충실히 잘해내려면 다른 사람의 본업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그렇기 때문에 연출자가 본업인 나는 화면을 채울  출연자들의 본업에 방점을 찍으려 노력한다. 시청자가  방식에  익숙해질 때까지 해보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의 본업은 존중받아야  가치가 있다는  전하고 싶다.(..)하지만 세월이 무색하게 10 전이나 지금이나 섹시한 이미지의 가수가 나오면 '섹시한 이미지' 방점을 찍고 있다. 그가 얼마나 충실히 무대를 준비했는지에는  관심을 보이지않는다. 화면을 채우는 사람들이 시청자에게 그런 메세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청자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이미 그런 방식에 익숙해졌다.(147-148)

 

문명특급이 세상에 끼친 선한 영향력을 꼽자면 나는 이게 정말 독보적인 면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을 하나의 소비되는상품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나와 같은 사람이자 전문직업인으로 바라볼  있도록 해준 ! 그래서인지 문명특급에 나오는 아이돌들은 어떤 인터뷰 자리보다 편안하게 임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동안 가려져있던 솔직하고자기다운 모습들이 많이 드러난다. 문특 인터뷰가 꿀잼인 이유!

 

꼰대에 대한 두려움으로 높은 울타리를 세울 필요는 없다.

내 실수를 타박하고 갑질하는 어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초심자에게 너그럽게 길을 알려주는 어른들도 많다. 그러다가 꼰대를 만났다면 다시 그 부분만 두껍고 높은 장벽을 세우면된다. 그러니까 꼰대를 피하기 위해 라푼젤의 성 같은 요새에 나를 가두는 것보다는, 낮은담장을 지어서 특정한 지점만 사냥개를 배치시키는 전략으로 가는 편이 더 낫다.(164)

 

나도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홍민지PD처럼 선배들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의 마음이 깔려 있었다. 교사 커뮤니티에서 부당한 일을 당한 신규 교사들의 썰도 종종 올라왔다. 그래서 나도 잔뜩 날을 세웠고, 높은 담을 세웠다. 절대 신규여서 부당한 일을 당하는 호구가 되지 않으리라! 그런 마음이 깔려있는 상태에서 2년차  사건이 발생한다. 2년차 때는 내가 영어전담을 맡게 되었다. 그당시 영어전담을 맡을 사람이 없어서 교감쌤이 나에게 개인적으로 찾아와서 맡아달란 부탁을 하셨고 나는 수락했다. 그리고 새학기 시작  업무 분장이 발표되었는데,  수업 시수가 평균보다 적게 배정된 것을 보고 동학년 담임교사들의 심정이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체 수업시수를 전담과 담임이 나눠서 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수업시수가 줄어들면 담임들의 수업시수가 증가한다. 내가  수업시수를 적게 배정해달라고  적은 1 없지만왜인지 그런 이해할  없는 배정이 나왔다. (교감쌤의 부탁을 들어주어서일까..?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게 문제의 원흉이었다. 관리자는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건만.) 주당 18시간의 수업시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반적으로 교사의 평균 수업시수는 22시간 내외다. 지금은 그게 상당히 이의를 불러일으키는 시수배정이었다는 이해할  있지만,  당시에는 내게 배정된 수업 시간만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공식적으로 그렇게 업무 분장을 받았기에 담임들도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를 하진 않은 채로 나에게 은근한 압박성 멘트를 날렸다. '도덕 같은  추가로  하는  어때'라는 식의 말이었다. 나는 그게 불편했고, 그런 비공식적인 제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동학년 선생님들과의 관계는 서로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담임교사들 입장에서 나는 눈치없이 꿀빠는 전담교사였고,  입장에선담임교사들은 나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며 눈칫밥 주는 사람들이었으니.  사이에서 가장 고통받았던  학년부장님이셨다... 중년의 학년부장님은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그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본인이 합동 수업을 하며 다른 담임교사들의 시수 부담을 덜어주셨다. 내가 동학년에 기름으로 둥둥 떠다니지 않도록 애를 많이 써주셨다. 학년에서 생일을 챙겨주거나 선물을 주고 받는 이벤트도 만드시며 서로 돈독해질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하셨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도많으셨을텐데 나한테 싫은 소리 하셨던 기억은 별로 없다. 흐릿한 기억이지만 뭔가 부탁하고, 권하고, 내가 그렇게 하지않는다고해서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시거나 화내신 적이 없다. 학년을 마무리하며 동학년 여행을 가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자리에서 나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지냈는지 그제서야 털어놓을  있었다.  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그제서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살펴볼  있었던  같다. 그리고 부장님이 얼마나 고생하셨을지가 그려졌다. 나는 부장님께서 보여주신  태도를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그저 깨달을  있었다.  해에 동학년으로 만났던 선생님들 중의  선생님은 다음해에 부장을 맡으셨고,  분은 나를 동학년 교사로 선택해주셨다.  해에 때문에 마음 고생을 했는데도 나와 함께 가겠다고 하신  분도 정말 너른 마음을 지니신 분이 틀림없다. 현재  분은꾸준히 만나는 가까운 언니가 되었다.(부장님은 소식을 들을  없지만 어디서든 행복하게 지내시면 좋겠어요.) 홍민지PD 조언에 깊히 동감한다. 모든 선배에게 벽을 세울 필요는 없다. 그러다 보면 좋은 선배들과 교류할 기회도 잃어버린다. 일단 낮은 울타리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뒤에 판단하고 특정인에게 벽을 세워도 늦지 않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까지 철저히 벽을  정도로 이상한 사람보단 이런 저런 면을 지닌 평범한 사람들이 많다. 나도 누군가에겐 개새끼일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새겨본다. 

 

칭찬과 자괴의 밸런스가 필요하다

내 경우엔 스스로를 칭찬하는 정도와 자괴하는 정도의 밸런스를 맞출 때 자존감이 더 높아진다. 본인을 사랑하기만 했을 때는 오히려 내 약점을 들키기 싫어서 남들에게 그 화살을돌리는 경우가 생긴다. 반대로 자괴하기만 했을 때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동굴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하는 정도로 나에 대한 검열과 자책도 하는 편이다.(109)

 

나는 자기애가 강해서 스스로를 합리화  때가 많다. 나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한 못되먹은 마음이 있다. 본인을 사랑하기만 했을   약점을 들키기 싫어서 남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경우, 라는 말에 뼈를 맞으며 그러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못하는 일은 그냥  하면서 살자

앞으로도 못하는 일은 그냥 안 하면서 살 것이다. 나 말고 잘하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널렸는데 나까지 뭐 하러 잘하려고 아득바득 애쓰며 살아야 하나 싶다. 대신에 내가 잘 못하는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고, 누군가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기꺼이 도와주면서 상호보완적인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다. 여태껏 나는 못하는 걸 포기하면서 생존하는 대신에 누군가와 협업하는 능력을 키우는 중이다.(207)

 

모난 돌로 살아도 

"너는 둥그렇지 못한 모난 돌인데 계속 그렇게 살길 바란다." 모난 딸을 지지해주는 부모님에게 큰 존경을 담아서 글을 마친다.(266)

 

홍민지PD 모난 돌임에도 자존감을 잃지 않은  살아갈  있었던 이유. 나도 자녀에게 이런 지지를 해줄  있는 부모이고 싶다. 

+ 표지 디자인이 모난 돌맹이들이 모여있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