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된 나의 삶을 생각해보며

2020. 6. 30. 16:10첫번째 서랍: 나의 믿음/묵상

전도서 12:1-14

 

너는 아직 젊을 때, 곧 고난의 날이 오기 전에, 아무 낙이 없다고 말할 때가 되기 전에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

네가 너무 늙어 해와 달과 별이 보이지 않고 슬픔이 떠날 날이 없을 때 그를 기억하려고 하면 늦을 것이다.

 

그 때에는 너를 보호하던 팔도 떨 것이며 지금 강한 너의 다리도 약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빨이 거의 다 빠져 음식을 잘 씹지 못할 것이며 눈은 어두워서 보지 못할 것이다.

 

귀는 어두워서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며 음식을 씹는 소리가 적을 것이다. 그리고 깊은 잠을 자지 못할 것이며 음성도 떨릴 것이다.

 

그때 너는 높은 곳을 두려워할 것이며 걷는 것도 위험할 것이다. 머리는 온통 희어지고 거동하기가 불편해서 몸을 제대로 끌고 다닐 수 없을 것이며 모든 의욕과 정욕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조객들이 네 집을 찾아들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전도자가 말한다. "헛되고 헛되며 모든 것이 헛될 뿐이다!"

 

이제 모든 것을 다 들었으니 결론은 이것이다: 하나님을 두려운 마음으로 섬기고 그의 명령에 순종하라.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다.

선하건 악하건 하나님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은밀한 것까지 심판하실 것이다.

 


'너는 아직 젊을 때, 곧 고난의 날이 오기 전에, 아무 낙이 없다고 말할 때가 되기 전에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

네가 너무 늙어 해와 달과 별이 보이지 않고 슬픔이 떠날 날이 없을 때 그를 기억하려고 하면 늦을 것이다.'

 

본문에는 노년의 삶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몸이 노쇠해져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때가 올 것이다.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수 있어 걷는 것도 위험하게 느껴지게 될 때가 올 것이다.

몸이 힘드니 어떤 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책을 읽는 것도, 영상을 보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다.

맛있다는 음식을 먹어도 미각이 예전 같지 않아 맛있는지도 모르게 될 것이다.

잠도 푹 자지 못하고 새벽녘에 일어나 설치게 될 것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나에게 종종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늙으니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 맛있게 느껴질 때 많이 먹어라.'

먹는 걸 너무도 좋아하는 나는 그게 얼마나 공포스런 미래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지금도 욕망하는 게 참 많은 나는 욕망거리들이 사라진 삶이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언젠가 내가 겪을 삶이란 게 분명하다.

 

할머니와 함께 살며

문득 할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시는 걸까? 

할머니에게 오늘의 삶이란 어떤 의미일까?

의문이 들곤 했다.

할머니의 하루는 

건강하셨을 때에는 오전에 노인정으로 가셨다 오후에 집으로 돌아오시는 삶이었다.

반경 300m의 삶.

건강이 더 나빠지신 뒤엔 집 안에만 계셨고, 

거의 대부분 자신의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셨다.

그리고 결국 요양원에 가셨다.

마지막 순간은 감사하게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돌아가셨지만.. 

할머니의 노년의 삶을 생각하면 쓸쓸함과 무료함의 감정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 같다.

물론 할머니는 다르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나에게 비춰진 모습은 그랬다. 

 

전도자가 말한다. "헛되고 헛되며 모든 것이 헛될 뿐이다!"

 

나도 할머니와 다를 바 없는 삶을 맞이할 것이다.

결국 지금 내가 누리는 모든 즐거움들은 사라질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

여행하는 즐거움,

친구들과 어울리는 즐거움,

문화를 누리는 즐거움. 

모두 사라질 것이다.

 

결국 사라지지 않고 남는 것은 

단 하나, 

하나님.

 

해와 별과 달이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나는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다.

 

매일이 똑같은 삶에서 

매일 새로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헛된 것들 틈에서 발견한 헛되지 않은 것이 

삶을 살아갈 이유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