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시던대로 다시

2021. 10. 21. 00:03첫번째 서랍: 나의 믿음/묵상

1 예수께서 거기에서 떠나 유대 지방으로 가셨다가, 요단 강 건너편으로 가셨다. 무리가 다시 예수께로 모여드니, 그는 늘 하시는 대로, 다시 그들을 가르치셨다.
13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께 데리고 와서, 쓰다듬어 주시기를 바랐다. 그런데 제자들이 그들을 꾸짖었다
14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것을 보시고 노하셔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
15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16 그리고 예수께서는 어린이들을 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서 축복하여 주셨다.

-마가복음 10:1, 13-16


10월 달 부터 호봉이 바뀌었다.
19호봉.
이제 교직 9년을 꽉 채웠다는 의미다.
1년만 더 채우면 10년이라니..
시간이 진짜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시간이 점점 빨리 흐르고 있다.
인천은 일반적으로 4년마다 근무지를 옮긴다.
첫 발령받은 근무지에서의 4년은 참 길었다.
긴장돼고 어리버리했던 첫 해.
동학년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했던 둘째 해.
이제 학교생활이 뭔지 알 것 같은 느낌의 셋째 해.
직장 동료들과 이렇게 재밌을수가 있나 싶었던 마지막 해.

두 번째 학교에서의 4년은 시간을 두 배로 빨리감기 한 것 같았다.
처음 학교 옮겨서 좀 긴장됐지만 곧 적응하고 결혼한 첫 해.
처음으로 6학년 맡고 힘들었던 둘째 해.
힘들었던 걸 보상받듯 힐링했던 셋째 해.
코로나 터진 넷째 해.

지금은 세 번째 학교에서의 1년을 보내는 중이다.
친한 친구가 있어서 두 번째 학교 때보다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올 한 해에도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고 다양한 사건사고가 있지만,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올 한 해의 시간도 멀리서 보면 쏜살같이 지나간 1년으로 남을 것 같다.

내가 정년퇴직할 때쯤을 생각해보았다.
30년 정도 교직생활을 한다고 치면 8개 학교만 돌면 내 교직인생이 끝나는 것이다.
그 때까지 내가 이 일을 재밌게 잘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내년에 10년차 교사가 된다는게 부담스러운 타이틀로 느껴질 정도로 나는 부족함이 많은 교사다.
그럼에도 나는 교직일이 손에 익고 지겹게 느껴진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목표의식이 생긴다.
내가 교사여서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내년에 당장 휴직을 하고 싶다. 나한테 딱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이다.
한 사람이 하고 있는 생각 맞다.

이런 나에게 오늘 말씀에 나온 예수님의
'늘 하시던 대로, 다시 그들을 가르치신' 모습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어린이들을 껴안아주시고, 손을 얹어 한없이 축복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에게 보내진 아이들을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내가 쓰다듬어주기를 바라시며 보내신 아이들을.

당장 내년에 휴직을 한다해도
오늘은 매너리즘을 극복해내고
내게 주어진 아이들을 사랑해야지.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