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2021. 10. 20. 00:00첫번째 서랍: 나의 믿음/묵상

20 이에 데리고 오니 귀신이 예수를 보고 곧 그 아이로 심히 경련을 일으키게 하는지라 그가 땅에 엎드러져 구르며 거품을 흘리더라

21 예수께서 그 아버지에게 물으시되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느냐 하시니 이르되 어릴 때부터니이다

22 귀신이 그를 죽이려고 불과 물에 자주 던졌나이다 그러나 무엇을 하실 수 있거든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도와 주옵소서

23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 하시니

24 곧 그 아이의 아버지가 소리를 질러 이르되 내가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주소서 하더라

 

-마가복음 9:20-24

 


어릴 때부터 귀신들린 아이를 둔 아버지가 예수님께 찾아왔다.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귀신에 심하게 들렸다.

귀신이 그 아이를 죽이려고 불에도 뛰어들게 했고, 물에도 뛰어들게 했다.

그런 세월이 십수년이 흐른 것이다.

불에도 뛰어들고 물에도 뛰어드는 아이를 붙잡고 건져내며 아버지는 얼마나 많은 한숨과 눈물을 흘렸을까.

아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귀신을 쫓아내는 권능을 가진 예수란 사람이 있단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예수님을 찾아온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예수님 앞에서도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며 땅을 구른다. 

입에서는 게거품이 줄줄 흐른다. 

아버지는 탄식한다. 

아이는 과연 나을 수 있을 것인가?

지금 모습을 보아하니 낫는다는 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이가 흙바닥에서 뒹구는 모습을 보며 예수님께 겨우 부탁한다.

"하실 수 있는게 있으시다면 저희를 불쌍히 여기고 도와주세요."

 

십수년간 아이를 가장 가까이 곁에서 지켜본 아버지의 말이다. 

그는 누구보다 아이의 귀신들림이 심하다는 것을 안다.

고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런 아버지에게 예수님은 버럭하신다.

"할 수만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못할 일이 없다!"

아이의 아버지는 다급하게 회개한다.

"제가 믿습니다! 제가 믿음 없는 마음 가진 것을 용서해주세요. 믿을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귀신들린 아이 아버지의 모습에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귀신들린 아이가 귀신들린 것처럼

내 안에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있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욱하는 기질과 화나면 독설을 참지 못하고 내뱉는 모습이다.

쌍욕을 하는 건 아니지만, 욕보다 더 상처가 될 수 있는 날카로운 말들을 내리 꽂는다.

 

이 성향이 가장 발현되는 상대는

가장 편하고 가까운 상대인 남편이다.

 

순간 욱해서 이야기하고 나중에 감정이 사그라들면 미안함에 사과를 한다. 

다음 번에 또 갈등상황이 되면 또 욱하는 걸 참지 못하고 같은 잘못을 한다.

또 사과를 하고...

 

그러다보니 남편도 나도 앞으로 내가 변할 수 있을까, 란 질문에 회의적이 되었다.

저의 이런 면을 고쳐주세요, 라고 기도하면서도

앞서 깔린 마음은 (지금까지 안됐고) (앞으로도 될 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이런 마음들이었다.

 

그런 나에게 하나님께서

"할 수만 있거든이 무엇이냐!"고 호통치시는 것 같다.

나에게 '안 될 수도 있다'는 마음은 결국 자기 방어적인 태도라고. 

 

평소와는 다른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제가 변화할 거라고 믿습니다. 믿음 없는 마음에 믿음이 생기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