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클린트 이스트우드)

2022. 3. 17. 00:10네번째 서랍: 문화 이야기/영화를 보다

삶의 불확실성이 주는 두려움 앞에서 한 걸음 내딛고 펀치를 날리게 하는 영화

 

등장인물

 

클린트 이스트우드(프랭키)

힐러리 스왱크(매기)

모건 프리먼(스크랩)

 

현재의 행복은 확실했고, 달콤했다.

 

아이를 가져야겠다, 결심을 했다. 결혼 5년차. 30대 중반의 나이. 빠른 시기는 아니었다. 결혼했으니 아이를 꼭 가져야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결혼도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면 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들면 갖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안 갖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도통 들지 않았다. 현재의 확실한 행복이 손에 잡혔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맞벌이 가정이 주는 차근차근 자산을 불려 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직장에서 좀 힘들게 일했을지라도 집에 돌아오면 고요한 내 세상이었다. 요리를 할 기운이 없으면 배달로 시켜먹거나 외식을 하면 됐다. 배를 채우고 나선 자유시간이다.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보거나, 흔들 의자에 앉아서 멍 때리거나. 지적인 갈증이 나면 언제든 독서할 여유도 있다. (그런 때가 자주 없어서 그렇지) 집안일도 언제가 하긴 해야 했지만, 그게 꼭 오늘일 필요는 없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꼭 필요한, 언제든 시간만 허락된다면 훌쩍 떠날 자유도 있었다. 현재의 행복은 확실했고, 달콤했다. 

 

미래의 막연한 불행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

 

아이를 갖는 삶은 그에 반해 불확실성의 연속이며 불행의 시작같기도 했다. 아이를 갖는 순간부터 걱정과 고민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이가 신체적, 정서적인 문제는 없을까? 내 몸은 임신을 잘 견딜 수 있을까? 임신 이후에 변화된 몸은 괜찮을까? 아이가 점점 환경문제가 심해지는 지구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날 수 있을까? (최근에 소년심판을 다 봤다.) 내 아이와 무관한 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내가 좋은 부모가 되어줄 수 있을까? 갑자기 닥쳐오는 사고는? 지금은 남편과 나 둘에게 닥칠 불운만 생각하면 되고 둘 다 성인이니 어떻게든 되겠지만 아이는? ....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과 근심, 삶에 닥쳐오는 가늠할 수 없는 불행에 대한 불안한 마음들.

 

불운 가득한 삶을 사는 게 의미가 있나요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주인공 매기(힐러리 스왱크)는 불운한 삶 한가운데 던져져 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주렁주렁 달린 형제들의 생계를 웨이트리스 일을 하며 책임지고 있다. 가족들은 그런 매기의 희생과 헌신을 고마워하기는 커녕 당연시하고 매기의 삶을 깎아내리며 매기를 정서적으로 학대한다. 나이도 서른이 훌쩍 넘었다. 꿈과 희망, 가능성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만 같은 나이. 그런 매기에겐 꿈이 있다. 복싱 선수가 되는 것이다. 몇 년 동안 매기는 홀로 체육관에 나와서 샌드백을 친다. 그리고 자신의 트레이너로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고집한다. 프랭키는 절대 여자는 키우지 않는다며 거절하지만 자신의 옛 선수이자 오랜 친구인 스크랩(모건 프리먼)은 매기를 가르치도록 은근히 연을 이어준다. 결국 프랭키는 매기의 트레이너가 되고 매기는 프랭키의 코칭을 받고 급격히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매기와 프랭키의 신뢰는 깊어진다. 매기의 가족답지 못한 가족 보다 프랭키는 매기를 진심으로 위하고 의지가 되어주는 가족이 되어 준다. 매기는 프랭키의 연락이 끊긴 자녀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자녀같은 존재가 된다.

*이어질 내용은 영화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기는 복서로서 승승장구한다. 돈도 벌고, 꿈도 이루고. 밑바닥 인생이었던 매기의 삶도 180도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매기는 꿈에 그리던 챔피언 타이틀전까지 가게 된다. 상대는 반칙으로 악명높은 선수였지만 매기는 결코 지지 않는다. 승세가 매기에게 기울었던 그 순간, 잠깐의 타임 시간이 주어진다. 매기가 잠시 한숨을 돌리는 순간, 반칙왕은 무방비 상태의 매기에게 펀치를 날리고, 매기는 쓰러진다. 그리고 불운하게도 매기는 경추 1,2번을 다쳐 목 아래론 꼼짝달싹 할 수 없는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매기의 삶을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불운한 가정환경, 불운한 경기, 불운한 사고.... 불운 가득한 삶이니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았을 삶일까? 

 

프랭크에게 소중한 혈육과 같은 존재가 된 매기

영화 속 매기는 삶의 의미를 자신에게 주어진 불운에 두지 않았다. 매기가 복서로서의 꿈을 갖지 않았다면 안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뿐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꿈을 향해 정진하는 기쁨, 성취,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만남, 사랑... 그런 것들은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 유의미한 삶은 전자일까, 후자일까.

 

힐러리 스왱크 인터뷰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은 삶의 불확실성이 주는 두려움에 맞서는 일이다. 내가 한 선택을 통해 찾아올 불행을 기꺼이 감내하는 마음이다. 사랑을 선택하고, 꿈을 선택하고, 선(善)을 선택하기로 다짐해본다.

 

+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아버지한테 반함....

감독, 제작, 작곡, 연기까지.... 

연기할 때는 꼬장꼬장하고 완고한 노인이었는데 본캐는 이 시대의 현인같은 느낌... 연기력 쯘다... 본캐 매력 쯘다....

 

웃는 모습 넘 서윗.. 인자 그 자체
빛나는 총기어린 눈
천천히 사려깊게 나긋나긋 말씀하시는 것도 너무 좋다

 

++ 반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관련 정보를 찾아봤는데

여성 편력과 트럼프 지지로 와장창....ㅠㅠㅠㅠㅋㅋㅋㅋㅋ

역시 무조건적인 덕질은 안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운 듯...(특히 남자)

다 인간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