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감을 주어서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방식에 대하여

2020. 3. 26. 11:45세번째 서랍: 일상 이야기

'상호성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으면 그것을 되돌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거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사람인지라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다.

누가 나에게 밥을 사면 나도 나중에 밥을 사거나 차라도 사야 하는 그런 마음.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으면 고맙고도 미안해서 뭐라도 돌려주고 싶은 그런 마음.

 

그런데 그런 사람의 심리가 때로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의 저런 행동은 좀 아닌데... 관계를 생각하면 차마 말하지 못하는 마음.

특히 공적인 자리에서 그 사람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세우지 못하는 그런 마음.

공적인 자리가 끝난 뒤,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때 왜 그러셨어요~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할 수 있을지라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침묵하는. 

그런 마음이 공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읍읍... 언제까지 공적인 자리에서 서로 눈치보기나 하면서 침묵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도 하다.

 

이 문제는 다르게 이야기하면 나와 절친한 사람의 잘못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와도 맞닿는다.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었는데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를 안긴 사람이라면?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많은 정치인, 연예인, 일반인들의 사건사고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성폭행범이 내 친구라면..? 나는 그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지?

시간이 지나 내 친구가 관리자가 된다면? 직원회의 시간에 쓴소리가 가능할까? 

 

내가 살면서 잘못을 했을 때 내 곁의 사람들이 나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서 다시 나에게 기회를 주길 바라듯이.. 나도 그동안 나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 잘못한 친구를 칼같이 끊어내는 게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관계를 끊지 않고 이어간다면,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이런 짓은 하지 말자.

 

1. 내 친구가 무조건 옳고 피해자다. 

가해자의 편에 서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내 친구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다,라고 프레임을 새롭게 짜며 정신 승리하지 않기. 어떤 일이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지만 무조건 나랑 친한 사람 위주의 평가를 내린다면 그건 편파적인 평가가 될 것이다. 좋은 친구라면 무조건적인 우쭈쭈가 아니라 잘못은 잘못이라고 이야기해주고 그 잘못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2. 자존심을 지켜준다는 명목 하에 앞 다르고 뒤 다른 사람으로 만들기

'그 친구가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인데... 그럴 리가 없는데...'라는 이야기를 하기 보단 '그 친구가 그런 면이 있구나. 이런 면도 있긴 한데.'라고 이야기 하는 게 낫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좋은 사람'으로 억지로 만들려고 하기보단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이야기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3. 내 신념을 버리면서까지 사람 편에 서는 일. 

분명한 불의 앞에서는 '노'라고 이야기할 줄 아는 단단한 마음을 지키자. 내 신념을 버리는 것은 나 자신을 버리는 일이다. 신념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삶을 살다가 결국 내가 원하지 않았던 삶을 살아가게 될지 모른다. 승진의 길을 간다고 해도 내 신념을 버리지 않고 갈 수 있어야 원하던 자리에 올랐을 때 스스로가 기뻐할 수 있는 성취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 아직 좋은 관계, 친구 사이에서도 건설적인 토의, 토론이 이루어지는 경험들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반대 의견을 내는 순간 적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앞서고, 내 의견이 관철돼야 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으니.... 

나도 내 의견에 반대 의견을 내는 친구와도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게 대화하는 경험부터 늘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을 대할 때 '행동'이 문제고, '너의 존재'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끝까지 다른 의견을 보일지라도 우리가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는 긍정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쉽진 않겠지만.

 

(19.12.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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