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에서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2020. 3. 26. 11:48세번째 서랍: 일상 이야기

: 나를 소모해버리지 않으면서도

 

나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호기심이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고민하기 보다 직접 해보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몸 담게 된 집단이 많다.

하지만 그 집단에서 내가 중심이 되어 모임을 이끌거나 일을 기획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싫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아니고, 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옆에서 미미하지만 큰 기복없이 꾸준하게 함께하는 역할은 그래도 꽤 잘 한다고 생각한다.

그 역할은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어떤 집단이든지 집단에서 오래 있다보면 점점 내게 큰 역할을 기대하게 되는 상황이 오는 것 같다.

이정도 함께했으면, 이것 정도는, 이제 이런 것은 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기대를 은연중이든, 노골적이든 받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다. 스스로도 그런 생각으로 나 자신을 옭아매기도 하고. 

그러면 너무 괴로워진다. 함께 참여해서 이정도 에너지로 함께하는 것은 참 부담스럽지 않고 좋은데... 이 선을 넘어가는 건 부담이고, 즐겁고 자발적이기 보단 힘겹고 타의적인데. 그렇다고 아예 발을 빼자니 그건 지금까지 쌓아온 관계를 다 버리고 떠나야만 할 것 같아 부담스럽고. 해도 괴롭고 안해도 괴로운 그런 상황.

 

왜 항상 이렇게 집단이 존재해야 하는 걸까.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는 없나, 고민된다.

집단마다 내가 져야할 책임의 무게는 다르겠지만. 

어떤 집단이든 그 무게가 항상 내가 생각하는 적정선보다는 더 무겁게 느껴진다.

나는 그래서 계속해서 그 선을 조율하며 살아가는데, 때론 그게 너무 피곤하게 느껴져 그냥 집단 자체를 줄여버리고 핵심 집단만 남겨놓아야 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드는 거다. (가정만 남을 수도.....)

그 때 그 때 집중해야 할 집단이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많이 묻는다.

2020년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올 한 해 나는 또 어떤 마음가짐으로 내가 속한 집단 속에서 어디까지를 나의 위치로 삼을 것인가 생각해본다. 매번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그게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나는 최선에 모두 쏟아붓지 않은 남은 에너지로 나를 돌본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지금 괜찮은지 묻는다. 그래서 나는 여기까지 탈진하지 않고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하는 에너지를 남겨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집단에서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나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01.08.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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