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자의 제주여행-우여곡절 제주 한 바퀴

2020. 3. 24. 22:27창문 밖 풍경: 여행/국내 여행

때는 바야흐로 2015년, 벌써 4년 전.

나와 S는 함께 제주여행을 떠났다.

초보운전자들의 성지 제주.... 인터넷 상에서 오지게 욕먹는 그 제주도 초보운전자 대열에 나도 이름을 얹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부모님 차로 연습은 하고 왔지만 처음이란 건 언제나 긴장되는 순간이다.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건네받고 나서도 시동 거는 것부터, 백미러를 펴는 법, 에어컨을 트는 법, 와이퍼를 작동하는 법... 이런 거를 살피느라 바로 출발하지 못하고 한참을 서있었다.

숙소를 네비에 찍고 출발하는데! 그때를 기다린 것처럼 비가 오기까지 했다.

초보 운전자에게 비라니! 이제 막 튜토리얼을 마치고 나온 레벨 1의 주인공이 슬라임이 아닌 몬스터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래도 우린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까지 오는 길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주어진 퀘스트 같았고, 우리는 그걸 훌륭하게(?) 해낸 것이다.

그 뿌듯함과 설렘이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숙소에 도착한 뒤 찾아간 동네 카레집에서 소담한 카레 정식을 먹으며 몸을 풀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어두워서 한 치 앞이 보이질 않았던 돌담길을 걸었다. 무섭기도 했지만 친구와 함께 우스꽝스러운 영상을 찍으며 무서운 기분을 파도소리에 실어 보냈다.

그리고 그날 밤, 제주에서는 밤새 굵은 비가 내렸다. 창문 밖으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비를 보며 제주의 돌이 구멍이 숭숭 난 현무암이 아니었다면 벌써 빗물이 방을 가득 채웠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비는 차오르지 않았고, 우리는 빗소리를 배경으로 단 잠에 빠져들었다.

 

이전하기 전 톰톰카레 ⓒ정오의달

 

 

 

(2015.07.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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