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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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좋아 보이진 않아도 공감할 수는 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은 일하러 가는 시간이 좋다. 그때 나는 늦잠을 실컷 자는 거야. 알람 소리에 깼다 다시 잠들었다 다시 울리는 알림 소리에 꾸역꾸역 몸을 일으키는 것 말고. 내가 원하는 때에 어떤 방해도 없이 잠에서 깨어나는 거야. 그리고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하고 웹서핑을 하며 오늘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구경을 해. 그렇게 침대 속에서 한두 시간은 금방 보내버릴 수 있지. 핸드폰에서 볼 게 떨어지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절반쯤은 직장으로 떠나 반쯤은 비어버린 아파트에서 그래서 더 고요하게 느껴지는 오전 11시의 시간. 주방으로 나와 물 한 잔을 마시고 몸에 ‘정신’을 불어넣지. 그리고 간단하게 아점을 먹어. 바나나는 간..
2020.03.26 -
사람을 대하는 마음
한 사람에 대해 그 사람과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전하는 사람에 따른 다른 경험, 다른 느낌, 다른 판단이 전해진다. 그 안에서 나는 내가 경험한 사람을 기억하려고 한다. 내가 경험한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한다. 그 사람이 그런 면도 있는 사람이구나, 를 마음 한 켠에 기록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이지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기에. 그 사람에 대한 종합평가를 뒤집어 버리진 않으려 한다. 그리고 더욱 그 사람의 다양한 결을 알아가고자 한다. 학교에서 I 부장님과 작은 트러블이 있었다. 그분은 메신저로 용건을 전달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나는 오히려 전화보다는 메신저로 하는 게 서로에게 더 정확하고 편리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통이 몇 번 오간 ..
2020.03.26 -
삼위일체의 하나님: 완벽한 타인이자, 온전한 하나인
삼위일체의 하나님에 대해 묵상하면서 세 분이 하나이시지만 각각 다른 인격체라는 것. 그래서 서로가 하나이지만 각각의 고유성과 독립성을 사라지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리고 세 분은 어느 한 분이 지워지거나 소외되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를 영광되게 만드신다는 것도. 공동체의 유익과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슬로건 앞에 얼마나 많은 믿는 개인들은 자신을 지워가며 숨죽여야 했던가. ‘나는 진정 믿는 자인가?’ ‘나는 순종하지 못하는 자가 아닌가.’ 자책하며 스스로를 염치없는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었는가. 그 죄책감으로 굴러가는 교회의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하나님은 완전하신 분이고 결핍이 없으신 분이시기에 우리가 하는 ‘일’들이 하나님을 더 영광되게 하거나 덜 영광되게 하지 않는다..
2020.03.26 -
공감의 책임. But 책임보단 공감
나는 평소 눈물이 많은 편이다.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별 거 아닌 한 문장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아서 당황스러운 적도 왕왕 있다. 예를 들자면 얼마 전에는 우리 반 아이 할머니께서 위독하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머님의 ‘아이도 할머니를 무척 좋아했어요.’라는 한 마디에 눈물이 돌았다.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 내색하지 않으려 하며 스스로도 ‘눈물샘이 속수무책으로 열리는 느낌’에 당혹스러웠다. 사실 머리로 생각하면 ‘그 정도로’ 반응할 관계나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반면, 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인 남편과의 관계에서 벌어진 시부모님이 아프신 일에 대해서는 조금의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세상 차가운 마음으로 사건을 분석하고 대꾸할 뿐이었다. 이런 나의 마음을 보며 스스로도 ‘난 왜 이러지? 이중인격인가..
2020.03.26 -
열정 노동: 젊은 사람들 또는 을에게만 요구되는
"젊은 사람들은 이것저것 빼지 말고 해 보는 게 좋다. 우리 학교는 다들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 좋아." 할 일을 안 하는 게 아닌데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 해야 할 일 이상의 열정 노동 강요하는 게 싫다. 사실 조직에서는 자기가 할 일 알아서 선택하고 행동하는 능동적인 인간을 원하는 게 아니라 '조직이 원하는' 일을 알아서 선택하고 행동하는 '조직 맞춤형 능동적 인간'을 원하는 것 같다. (191030 Fin.)
2020.03.26 -
Call me by your name
"우린 빨리 치유되려고 자신을 너무 많이 망쳐 그러다가 30살쯤 되면 파산하는거지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줄 것이 점점 줄어든단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만들다니 그런 낭비가 어디있니? 어떤 삶을 살든 그건 네 마음이다 다만 이것만 기억해 우리 몸과 마음은 단 한번만 주어진 것이고 너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닳고 닳게 된다는 걸 몸 같은 경우에는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는 때가 와 근처에라도 와주면 감사할 정도지 지금은 슬픔과 아픔이 있어 그걸 없애지 마라 네가 느꼈던 기쁨도 말이야" 18.11.25
2020.03.26